-
-
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평점 :
뉴욕타임스 화제의 베스트셀러, 굿 리즈 선정 올해의 최고의 소설로 꼽힌 영미소설 <우리가 원했던 것들>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쉽게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니나는 남편이 회사를 매각하면서 엄청난 부를 이루고 사교계의 여왕벌 자리에 오른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으로 매너 좋고 능력 좋은 명문가 자제 커크와 결혼해 프린스턴 입학을 앞둔 아들 핀치를 둔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인이다. 그러나 인생은 모든 것이 완벽할 때 고비가 찾아오듯 니나는 10대 아들 핀치의 SNS 스캔들로 인해 내슈빌 최고의 사립학교 윈저 커뮤니티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사건은 파티에서 취해 쓰러져있는 라일라의 사진이 인종차별적인 캡션과 함께 유포되면서 사건은 수면 위로 오르게 된다. 라일라를 홀로 키우는 아버지 톰은 사건의 내막을 알고 학교에 신고하고, 가슴의 일부가 노출된 사진을 찍고, 전송한 핀치는 학교 차원의 징계 위기에 처하면서 니나와 커크가 학교로 소환된다.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사죄하려는 니나와 돈으로 해결하려는 커크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저자는 정의, 기득권자의 특권의식에 대한 질문들을 남긴다.
"그래, 그런 거였지. 커크는 정말이지 누군가 자기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못 견딘다. 이 점은 최근 몇 년 새 더 극심해졌다.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나는 우리가 점점 과장된 형태로 변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크는 항상 독립적이고 강한 의지의 남자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권력욕 때문인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그런 그의 힘에 대한 사랑, 권력욕이 경제적 부를 가져왔겠지만..."
니나가 사랑하는 아들 핀치가 저지른 사건임에도 덮으려 하지 않고, 피해자인 라일라에게 마음을 쏟는 것은 단순한 정의감 때문은 아니었다. 그녀 역시 대학시절 성폭력의 희생자로 조용히 덮고 지나가면서 자신의 상처에 침묵한 대가가 어떤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들의 잘못 앞에 고민하는 엄마의 모습과 피해자의 마음을 알기에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지 않으려는 그녀의 진심은 진실을 밝히는 투쟁은 외로운 싸움이지만, 이는 진정한 용기와 지지가 있을 때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 초반은 자칫 칙릿 소설로 오인할 수도 있으나 저자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탄탄한 플롯은 책장을 넘길수록 잘 쓰인 소설은 이러하다 함을 보여준다. 니나, 톰, 라일라의 시선으로 빠르게 전개해 나가는 속도감은 주인공들의 복잡한 심리 변화를 현장감 있게 전하며 소설 <우리가 원했던 것들>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단숨에 읽어 내려가면서도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 돈이 권력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 한 편의 영화 같은 웰메이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