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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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서가라는 <끝내주는 괴물들>의 저자 알베르토 망겔은 3만 5천 여권의 장서를 보관하는 자신만의 도서관 집을 꾸린 어마어마한 애서가다.

37편의 고전과 모던 클래식 작품 속의 인물들을 애서가의 시선으로 어떻게 재해석했을지 궁금했었는데, 독서가들은 대체로 책을 통해 세상을 발견한다. 그리고 독서가들이라면 다 알다시피,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세상을 낳은 것은 다름 아닌 허구의 꿈이라는 저자의 말에 작품을 읽으면서 작품 속 창조된 등장인물들을 실존 인물 보다 더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야기 속 괴물들의 주요한 매력으로 다중적이고 다변적인 정체성을 꼽는데, 그들은 작품 속에만 갇혀있지 않고, 수 세대에 걸쳐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 우리가 사랑하는 인물들만 오랜 세월 우리가 동행한다고 말한다.

<끝내주는 괴물들>은 성경의 욥기, 사탄부터 로빈슨 크루소, 슈퍼맨, 보바리 부인, 돈 후안, 그리고 구운몽의 성진, 사오정까지 동서양의 고전과 모던 클래식 작품을 아우르는 37명의 괴물 캐릭터를 선정했다. 그가 사랑하는 작품 속 좋아하는 캐릭터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인생 불변의 진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파우스트 작품의 메피스토 펠리스는 자신이 악을 행하고 싶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결국에는 선을 행하게 되는 실패자라고 말한다. 절대적으로 사악해지고 싶은데 무언가가 또는 누군가가-그러니까 신이- 자신의 사악한 음모와 작전들이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하게끔 끊임없이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여러 특징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면모다. 우리는 악이 거의 언제나 승리한다고 생각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고통과 인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참상과 타락이 그 증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메피스토펠레스는 이러한 사실을 알 텐데도 우리와 달리 생각한다. 인간사의 온갖 고통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선이 이긴다는 것이다. p.63

저자 알베트로 망겔이 쓰고, 삽화를 그린 <끝내주는 괴물들>은 그의 광범위한 독서력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그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작품과 캐릭터들의 추억 소환은 물론이고, 다소 생소한 캐릭터까지 연결시키며 감정 이입의 재미를 맛보게 한다. 작품 속 캐릭터와 공감하며 책을 소화하는 애서가의 문학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다. 내가 사랑하는 작품의 캐릭터는 누구일지 추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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