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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개의 이야기
디노 부차티 지음, 김희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평점 :
이탈리아에서 가장 명망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스트레가 상 수상작 <60개의 이야기>는 이탈리아 현대문학에서 마술적 사실주의, 환상주의의 대가 디노 부차티의 단편소설 60편을 엮은 책이다.
"나는 독자의 재미와 감동을 위해 단편을 쓴다"라는 저자 디노 부차티의 말처럼 <60개 이야기 SESSANTA RACCONTI>는 다양한 색채의 신비한 이야기로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얼마 전부터 밤이면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내 속에서 불타오른다. 여정의 초반에 샘솟았던 기쁨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라기보다는, 내가 향하는 미지의 땅을 알고 싶은 조바심에 가까운 감정이다.
있음 직하기 않은 목적지를 향해 매일매일 서서히 나아가면서 지금껏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지만- 나는 하늘에 반짝이는 신비한 빛을 주목하고 있다. 여태껏 본 적 없고 꿈에서도 나타나지 않은 그 빛은, 우리가 지나는 초원과 산과 강이 그렇듯 우리나라의 것과는 다른 본질을 지닌 듯하며, 뭔가 설명하기 힘든 분위기를 풍긴다.
내일 아침이면 새로운 희망이 나를 이끌 것이고. 밤의 어둠이 숨기고 있는 미지의 산들을 향해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나는 또다시 천막을 걷을 것이고. 도메니코는 저 머나먼 도시에 부질없는 내 소식을 전하고자 반대쪽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것이다.' -일곱 전령 中 p.14-
<60개 이야기>는 짧은 단편 소설은 문학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주는 책인 것 같다. 디노 부차티의 차분한 문체는 판타지나 블랙코미디 풍의 글도 가벼이 만들지 않고, 심오한 주제도 다크 하게 만들지 않는다. 인간의 실존과 종교적인 이야기, 부조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단편 소설로 함축시켰지만, 인생의 여정,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두려움 그리고 운명에 대한 주제들을 다양한 인물과 상황들로 풀어나가 오묘하게 몰입시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디노 부차티의 <60개 이야기>를 읽어 보면 단편 소설도 장편 못지않은 재미가 있음을 실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작가의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60개 이야기>가 단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문단이 스트레 가상을 수여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장편을 읽기 다소 부담스러운 잠 안 오는 여름밤에 가볍게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