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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정유정의 완전한 행복에 이르기 위한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 <완전한 행복>은 과한 자기애와 행복 강박증이 과연 행복을 완성시키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나르시시스트
자기애가 넘치는 자아도취형 인간.
<완전한 행복>은 대한민국의 대체불가 작가 정유정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충분하다. 저자는 주인공 유나를 딸 지유, 언니 재인, 남편 차은호의 시선으로 교차하며 사건을 파헤쳐 나가며 전개해 나간다. 사이코패스 같은 완전한 행복을 찾는 나르시시스트 주인공 유나는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어린 시절을 할머니 댁에서 자랐다. 자신이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할머니 집에 가게 된 이유가 언니 때문이라며 평생을 원망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언니 재인이 오래 만난 남자와 갑작스럽게 결혼하면서 자매의 연을 끊고 살지만 이혼하고, 아버지의 사고사, 재혼 등 바람잘 날이 없는 나날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재혼한 남편의 의붓아들이 돌연사하는데...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한번 구체적으로 얘기해봐."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동의할 수 없는 개념이었으나,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는 잠자코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는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어." p.112
사이코패스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행복에 대한 갈망 때문에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몇 해 전, 세상을 경악시켰던 사건인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완전한 행복>은 현직 기자 재인이 아버지의 사고사를 시작으로 유나의 반복된 패턴의 행동들을 수면 위로 올리면서 뻔한듯하면서도 촘촘하게 짜인 플롯 덕에 소설의 몰입도를 높인다 . 유나는 할머니에게 가끔 다락방에 갇히는 학대를 받기도 했는데, 할머니가 본인을 양육했던 방식이 자신의 딸에게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하다. 이는 어린 시절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철저히 보여준다. 자신을 버린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대갚음하며 이별하는 유나의 반사회적인 행동은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사이코패스는 범죄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기애가 팽만한 우리 사회에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들도 사이코패스일 수 있다는 생각에 세상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인간은 자신의 믿음에 따른 우주를 가진다. 결함도 결핍도 없는 완전성이 아내의 우주였다. 행복은 가족의 무결로부터 출발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 믿음은 신앙에 가까웠다. 타협이 있을 리 없었다. " - p.115
인간은 자신의 믿음에 따른 우주를 가진 다듯 개인적으로 행복은 덧셈이라 생각하는 내게 행복은 뺄셈이다는 시선은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맥시멀과 미니멀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라 행복마저 그런가보다.
정유정 작가의 욕망 3부작의 첫 작품인 <완전한 행복>은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단숨에 읽히는 흡입력은 물론이고 책장을 넘기면서 수집하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은 보석 같은 책이다. 이미 베스트셀러이지만, 올여름 최고의 서스펜스 소설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