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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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는 유럽 대륙의 국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던 시절, 전쟁 끝에 독일 동부는 폴란드가 되고, 폴란드 동부는 소비에트 연방이 된 빠닥빠닥한 추위가 맴도는 12월의 계엄령이 선포된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함께 자라온 친구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소리소문 없이 일가족이 추방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자유가 부재한 시대말이다.

<거미 여인의 키스>처럼 고전 문학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었지만 개인적으로 퀴어 문학이라는 장르가 익숙하지는 않다. 2차 대전 이후 자유를 억압받던 시절에 결코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없는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내재한 공포와 욕망이 쌓아올린 수치심이 묵직하고도 생생하게 실체화되었다.'등의 묘사를 통해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어둠속에서 헤엄치기라는 제목은 다른 이에게 공개할 수 없는 그들의 상황을 물 속에서 헤엄치며 자유를 갈망하고 표출하는 의미로 느껴진다. 주인공 루드비트가 폴란드에서 출간된 적도 없고, 그 책의 존재조차 알고 있어서는 안되는 <조반니의 방>을 읽고 감명받고, 자유를 표방하는가 하면, 그가 사랑하는 연인 야누시는 현재 어두운 삶에서 자신이 살아갈 방도를 찾는데 여념이 없다. 결국 루드비트는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탈출을 꿈꾸고, 그의 연인은 상류층 여성과 편하게 사는 길을 선택하면서 루드비트의 탈출을 돕는다.

"자유란 원하는 것을 가지는 거야."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스스로 선택하는 거고."

너의 눈이 찌푸려졌다. "그런 걸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은 안 들지? 서방의 그 잘난 인민들이 그렇게 소비하기 위해서 돈을 버느라고 평생토록 기계처럼 일만 한다는 생각도 안 들고?"

"나는 힘들게 일하는 건 개의치 않아. 땀 흘릴 보람이 있는 뭔가가 주어진다면."

"다른 곳은 언제나 더 좋아 보이기 마련이야." 너는 내 말은 무시한 채 말했다.

성소수자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사회적인 약자다. 일반적으로 성적 취향이 다를 뿐이지만 그들의 인권에는 관심이 없던 것이 사실이다. 어찌보면 그들은 아직도 사회주의 시대에서 살듯이 자신을 숨기고 어둠속에서 생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소설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는 퀴어문학을 넘어 자유라는 희망을 좇아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시대를 변화시키려하는 진취적인 이들의 삶을 통해 자유에 대한 갈망을 충실히 보여준다.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아무리 잔혹하고 지옥도 같은 참상이 펼쳐지더라도, 그 참상을 기록하고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는 한 희망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작디작은 불티에도 불은 붙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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