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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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이야기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 소설 <문명>은 2018년에 출간된 소설 <고양이>의 후속작으로 전염병과 테러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인류 문명이 벼랑 끝에 다다른 세상을 무대로 <고양이>의 주인공이었던 영특한 고양이 바스테트가 인류 문명을 건설한다는 최종 목표를 향해 모험을 펼치는 소설이다.

<문명>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쥐 떼의 습격에 속절없이 당하면서 존립의 기로에 서 있는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바스테트는 인간을 자신의 하위 동물로 여기던 다소 오만하지만 똑똑한 고양이로, 인간의 실험실에서 제3의 눈을 가지게 된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통해 집사 나탈리와 소통하면서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세 가지인 유머, 사랑, 예술에 눈을 띄게 된다. 투쟁의 법칙은 만물의 관계를 지배하는 자연의 법칙이라 여겨 바스테트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자연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득실을 따지기 보다 사랑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생존을 위해 독수리 알을 파먹다가 어미 독수리와 싸우던 중에 쥐 떼의 공격을 받는 독수리에게 연민을 느끼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사랑해야 함을 몸소 깨달은 것이다. 쥐 떼와 함께 싸워줄 연합군을 찾던 중 피타고라스가 제3의 눈을 갖게 된 근원지에 가게 되고, 바스테트는 자발적으로 제3의 눈을 갖고 싶어 한다. 바스테트는 수술 이후에 자신의 정신이 점점 확장되어 감을 느끼며 자신은 바스테트 신의 9번째 환생이며 자신에게 세상을 구할 임무 그리고 고양이 책을 써야 하는 소명을 가진 존재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 책은 바로 <고양이>라는 것 또한 베르나르의 천재성이 돋보였던 대목이다.

갑자기 쥐 떼가 무한증식하며 폭력적인 성향으로 세상을 점령한 이유는 무엇일까? 쥐 떼의 수장인 티무르는 피타고라스와 같은 실험실의 실험 쥐였는데 인간을 혐오하며 언젠가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에 살아남았다. 제3의 눈을 가지면서 인간의 지식을 습득하고 티무르라는 잔혹한 이름을 선택했고, 쥐 떼를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우두머리에 복종하도록 훈련시켰기에 쥐 떼를 군림할 수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개체 수 증식에 의한 쥐 떼의 서해 전술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임을 자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뒤흔든 시대와 맞물려 이 세상은 인간만의 것이 아님을, 인류는 문명의 발달을 이룩했으나 그로 인해 파멸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해결책은 자연과 더불어 공존해야 후손에게 미래를 돌려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고양이 바스테트의 시선으로 전개해 나가는 <문명>은 동물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라퐁텐 우화와 흡사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던 고양이 바스테트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중심주의보다 사랑을 선택하고, 희생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물론 마지막에 반전이 있어 다음 후속작을 베르베르는 과연 인류와 고양이의 운명을 어떻게 풀어낼지 기다리게 만든다. 한번 손에 쥐면 놓을 수 없는 마력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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