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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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출간된 백영옥 작가의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역시 35만 독자의 요청에 의해 10년 만에 재출간되어 팍팍한 세상에 단비가 되어주고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삶의 어느 때는 너무 커 보이기도 한다는 걸."

35만 독자가 재출간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사랑받는 에세이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가며 왜 그녀의 글을 사랑하고 다시 읽고 싶어 하는지 알 것도 같다. 그녀의 글에는 우리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과거 삼풍 백화점이 무너질 때 유럽에 있었던 그녀지만, 집에서 만화 영화를 보다가 하늘이 어두워지고 안부 전화가 끊이지 않았던 그날을 떠오르게 했고, 리치몬드 제과점 홍대점이 문 닫는다는 이슈 등은 연령대는 차이가 날지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며 느꼈던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다양한 도서를 인용하는 것도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다.

'톨스토이가 안나를 비극적 죽음으로 내몬 까닭은 단순히 그녀의 사랑이 불륜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비극적인 죽음을 통해 당시 러시아 귀족사회의 연애와 결혼제도, 생활방식과 가치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고민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질문했다. 좋은 소설이란 '답'이 아닌 그 시대를 산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는 것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변할 수 있다. 고전이 매번 사람들에게 다르게 읽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p. 150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언급하는데, 나 역시 나이를 먹을수록 고전이 좋다. 학창 시절에 필독서라는 이유로 과제처럼 읽었던 때와 20대 30대가 되어 세상을 알아가며 느끼는 감회가 달라지고 깊이 있게 이해하기 때문이랄까. 고전이 이토록 매혹적이라 느껴지면 도서의 분량과 상관없이 고전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한발 내디뎠던 인생의 우여곡절을 토로함으로써, 독자와 소통한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들 속에서도 낡아가는 시간의 주름들을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눈에 보일 리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 리 없는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면,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의 삶을 행복한 쪽으로 선택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불행하지 않은 쪽이 아니라 행복해지는 쪽을 선택하고, '행복' 이외에 '다행'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행복과 불행 사이의 다행을 생각해 본다. 담담하게 녹아들어있는 저자의 감성에 매료되어 내가 맞이한 어른의 시간을 회상해 보았다. 세상이 녹록지 않음을 알게 된 순간이 내가 어른이 된 시간일까.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시선으로 나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던 나를 토닥여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일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2030 그리고 저자와 비슷한 연배의 4050까지도 지나온 흔적들을 돌아보며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허황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한 쪽으로 바꾸기 위한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삶의 행복이나 진실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먼 곳에 있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p.174

시간이 흐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연연하기 보다 나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보내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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