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8
조지 손더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언제나 양면성을 지닌다. 인간의 삶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다른 생명체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동에 대해 <여우 8>의 작가 조지 손더스는 인간과 공생을 꿈꾸던 여우 8의 시선으로 경고한다.

인간의 목소리에 반해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희망을 가지고 싶다며 보낸 여우 8의 편지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사람은 나무를 베고 숲을 밀어 도시화하고, 강과 바다를 메꿔 땅을 늘리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원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당신들 잉간이 여우 따위가 하는 충고 한마디를 바다들인다면 어떨까요? 잉간들은 행복카게 끈나는 얘기를 조아한다는 걸 이제 나도 알거든요?

당신들의 얘기가 행복카게 끈나기를 원한다면,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 p54

인간에게 관심이 많던 여우 8은 책 읽어주며 아이를 재우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반해 매일 밤 찾아가 창문 너머로 엿보며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들은 여우들이 사는 숲의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리고 '폭스 뷰 커먼스'라는 쇼핑몰을 짓는다.

'잉간의 집 창까에서 만은 밤을 보내며 배운 한 가지는 이거에요. 조은 작까는 독짜가 얘기 속 잉간과 똑갓치 속상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라는 것을 배웠다며 만일 당신이 여우들의 속상한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면 음식이 없어 몇 주씩 굶다시피 하고, 매일 야위어 가면서 사랑하는 친구들이 빼빼 마르다가 죽는 걸 지켜보라고 한다.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제대로 먹지 못한 여우들은 점점 쇠약해지고 목숨을 잃어가는 수가 늘어난다. 여우8은 먹이를 찾으러 친구 여우 7과 쇼핑몰까지 찾게 되지만 여우에게 문턱을 넘기는 녹록지않다. 여우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몇몇 친절한 사람들을 보며 인간과 공생을 꿈꾸지만, 쇼핑몰 밖으로 나와 어떤 인간이 여우 7에게 모자를 던지고 웃으며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을 보며 잠시 꿈꿨던 희망은 더 이상 품을 수 없게 된다.

삶의 터전을 잃은 여우의 슬프면서도 사랑스러운 우화는 어린아이가 쓴 글처럼 맞춤법이 뒤죽박죽이지만, 짧은 내용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음미해 보았다. 자연과 동물을 지키며 살아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죄책감 없이 무분별하게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에게 전하는 여우의 일갈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여우 8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리운 아빠, 아빠는 항상 우리 엽플 지켰고 우리에게 머가 음식이고 아닌지 주둥이로 건들여 보여주엇지'라고 회고되고 싶어 인간에게 편지를 썼다는 대목은 생존의 위기 속에서도 아이의 곁을 지키고 싶은 부성애는 인간과 큰 차이가 없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자신의 무력감 앞에 부성애를 앞세운 마지막 처절한 몸부림이자 애원처럼 느껴진다.

후대의 세계를 빌려서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동식물을 짓밟고 살며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걸까. 이런 심오한 이야기를 <여우 8>이라는 짧은 우화로 교훈을 전하는 작가 조지 손더스의 선한 영향력에 감탄했다. 영미 문학계의 천재라 불리는 그의 다른 작품도 접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