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한 조각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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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현대 미술관에 소장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를 소재로 앤드루 와이어스와 작품의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 『세상의 한 조각』은 세상에는 저마다 감당해야 하는 짐이 있음을 서정적으로 풀어냈다.

앤드루 와이어스는 어린 시절 몸이 약해 홈스쿨링을 했는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천재적인 감수성으로 영혼을 울리는 작품을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 <크리스티나의 세계>의 주인공 크리스티나는 소아마비를 앓는 여성이다. 풀밭에서 단정한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언덕 위의 집을 향해 기어갈 듯 앉아있는 모습은 비정상적으로 가냘픈 팔과 마비되어 뒤틀린 다리로 평범한 일상을 동경하는 절망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려는 의지가 보인다. 아마도 작가는 평소 친분이 있던 작품 속 크리스티나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면서 타인이 그녀에게서 발견하지 못하는 아픔 너머에 내재되어 있는 그녀의 감정을 끌어내 작품에 그려낸 것 같다.

배경 설명이 없어도 한 번 보면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작품인 <크리스티나의 세계>지만, 베스트셀러 『고아 열차』의 작가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 손으로 재해석한 명작의 비하인드스토리는 작품 이상으로 아름답고 섬세하다.

소설『세상의 한 조각』에서 크리스티나는 앤디가 그린 <크리스티나의 세계>를 보고 '이건 세상에 띄우는 나의 편지, 세상은 내게 절대 답장을 보낸 적 없지만.'이라 생각하며 앤디에게 "다른 사람 어느 누구도 보지 못한 걸 표현했네."라고 말한다. 그림 속의 들판과 하늘은 세상의 작은 일부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크리스티나에게는 세상의 전부다. 마비된 몸과 나이 들면서 기력이 약해지면서도 가끔 젊은 아가씨로 느끼는 그녀의 바람, 태어난 집에서 탈출하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그녀의 세상은 제한적이지만 한계가 없음을 보여준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알아봐 주는 것이라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총명했지만 소아마비 때문에 학업을 그만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었던 그녀의 삶, 동정 어린 시선으로부터 자신만의 성을 견고하게 쌓고 외롭게 살면서도 동생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어진 그녀 때문에 동생의 인생마저 고립시켰다고 자책하는 크리스티나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며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 그녀가 진심으로 갈망하는 것은 남들과 같다. 알아봐 주는 것.

그런데 보라. 알아봐 주고 있지 않은가.'

『세상의 한 조각』은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 작품 속 주인공의 이야기이고, 크리스티나와 앤드루 와이어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었는데, 한 여인의 삶을 한 폭의 그림으로 남긴 감동적인 스토리를 문학작품으로 읽고 나니 <크리스티나의 세계>라는 작품을 두 눈으로 감상하며 마음의 울림을 느끼고 싶어진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뉴욕 MOMA 미술관에 가서 여운을 느껴보고 싶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매력적으로 느낄 테지만, 예술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감동적인 이야기에 매료될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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