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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 나를 죽이는 바이러스와 우리를 지키는 면역의 과학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
신의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평점 :
평소 21세기 북스의 서가 명강 시리즈를 즐겨 읽는데 서가 명강이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라면, 인생명강 시리즈는 대한민국 최고 교수진의 지식 공유 프로젝트라고 한다. 제1권은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란 책으로 바이러스와 면역 그리고 백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지금 코로나19의 집단 면역의 기로에 서있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이야기를 담은 교양서다.
카이스트 면역학 신의철 교수는 나를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바이러스로부터 나의 생명을 지켜내는 면역, 바이러스에 대항해 인류가 개발한 가장 강력한 무기인 백신의 개념과 백신의 역사 흐름, 면역의 작동원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신종 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이유는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무분별한 벌채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그 영역의 구분이 점점 불분명해지고, 야생동물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야생동물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기후의 온난화로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던 모기가 온대 지역까지 서식하며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일부 지역의 숲 식생의 변화로 박쥐들이 서식하기 좋은 초원지대와 낙엽수림으로 변화하면서 박쥐의 종수가 늘어난 동시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종 수도 늘었다고 한다. 또한 항공의 발달로 신종 바이러스 전파가 가속화된다. 저자는 인류의 문명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전 세계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감염성 질환이 발생하는데, 이를 우연이라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면역은 나와 다른 것, 즉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병원성 미생물에 맞서는 우리 몸의 저항 반응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면역반응은 내 몸이 아닌 외부 요인에 대해서만 작동해야 한다. 항체는 면역반응에 의해 본래부터 몸속에 존재하는 물질이며, 항체의 원리를 활용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백신이다. 즉 백신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항체가 원래 가지고 있는 면역반응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저자는 면역이 나의 몸에 한정시키지 않고 주변 환경으로 확장시키며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은 선택이 아닌 사회적 안녕을 위한 필수품이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년여 만에 개발된 백신에 대해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일상이 회복될 거라 기대해 본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2020년 우리는 면역력 높이기에 혈안이 되었다. 비타민을 종류별로 먹고, 면역력을 높인다는 건강보조식품과 음식을 섭취하면서 면역력을 높이려 노력했다. 그러나 저자는 면역력이란 과도하게 맹신해서도 안 되며 쉽게 측정할 수 없는 개념이라며 한 가지 지표로 면역력을 점수화한 측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면역력을 높인다는 논리 자체가 모순이며, 이처럼 홍보하는 건강보조식품에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껏 면역력이 약하다며 면역력을 높이는 데 좋은 영양제를 섭취해 온 나는 근거 없는 낭설에 속은 것인가 당황스러웠지만, 기초 체력은 올라갔을 거라며 위안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