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라는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켰는데 가장 큰 변화는 '집'에 대한 생각의 전환점을 맞이한듯하다. 집이 나의 휴식처이자 일터가 되고 하루 종일 집에 머무는 소중한 장소가 되면서 잠을 자고 휴식하는 공간이라 조금 작아도 괜찮다 여기던 사람들마저 집을 정리하고 꾸미기에 동참하고 있다.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은 머묾과 떠남의 사이에 놓인 여행자 오소희 작가의 '집'에 대한 사유를 엮어놓은 책이다.
집에 꾸준히 나다움을 담을 고민을 한다.
그로써 집에 머무는 시간 동안
내가 나다워질 궁리를 한다.
저자는 운이 좋게도 자신의 집을 지어 이사를 할 때쯤 코로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유럽 러버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유럽의 돌바닥을 깔아 중세 유럽을 집으로 들이고, 1층 살롱에는 전구 90개를 다는 등 범상치 않은 센스를 발휘하며 애정을 쏟아냈다. 그간 세계 여행을 하며 높아진 안목과 취향을 고스란히 담아낸 집이기에 답답함은 조금 덜했겠지만,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여행을 떠남과 집에 머문다는 것, 그리고 '집'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된 것이다. 다년간을 한 해의 반은 인도네시아 우붓에서 보내고 반은 서울에서 보내던 저자였지만 '떠나지 않고도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떠나는 방식 대신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행지에서의 설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에피소드와 집을 교차하며 풀어나가 한편의 여행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껏 밖에서 시간 내어 사람들을 만나왔던 그녀가 집을 지어 초대하면서 다른 이들의 세상이 자신의 삶을 확장시킨다는 그녀는 자신의 공간을 공유하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영화처럼 누군가의 또 다른 삶을 구경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순간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떠나지 못하는 답답함, SNS로 보이는 타인의 삶을 갈망하기 보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살며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라고 이야기한다.
이미 아름다운 곳에 당도한 사람이
다시 아름다운 곳에 당도할 것을 믿으며
아름다운 곳을 떠나는 일.
그것은 계급이 사라진 시대에 단연 귀족적인 일이다.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은 많은 이들이 비자발적 집콕으로 답답해하고 무력감을 느끼는 이 시점에 사고의 전환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저자만큼은 아니어도 여행 마니아인 나는 다행히도 코로나로 집콕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여행으로 힐링하던 시간을 독서하는 시간들로 채우며 책을 쌓아놓고 읽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다. 안 되는 것을 불평하기 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의 방법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