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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평점 :
이번 생은 처음이라 가끔은 삶이 버겁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간접 경험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공감하면서 내면을 단련시킨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은 카타르시스의 근원은 무엇인지, 대중을 공감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어떤 플롯으로 구성되는지, 인생에서 비극을 만나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학』은 원래 2권으로 구성되어 1권은 비극, 2권은 희극을 다루지만, 현재는 1권 비극만 전해진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특성을 결정하는 구성 요소를 플롯, 성격, 대사, 사상, 시각적 요소, 노래 여섯 가지로 꼽는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행위나 사건을 구성하는 플롯이라고 강조하는데, 비극은 사람이 아니라 행위와 삶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삶의 행복과 불행은 행위에 있고, 비극의 목적도 성격이 아니라 행위이며 어떤 사람의 특성은 성격이 결정하지만, 행복과 불행은 행위가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비극은 성격을 모방하려고 행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모방하기 위해 성격을 포함시키는 것이며 비극의 목적은 행위와 플롯이라 강조한다.
플롯은 반전과 인지, 수난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며, 플롯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면서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나 사건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주인공이 겪는 비극적인 운명을 보면서 내게도 같은 운명이 닥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연민을 느낀다. 이는 실제 삶에서 감정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제대로 된 비극은 공포와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그 과정에서 오직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을 행하는 것이 몸에 배서 선해지듯, 올바른 감정 반응이 몸에 배야 선해진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도덕 이론처럼, 선한 인격과 미덕을 기르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올바르고 적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안정된 성품이라 말한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공포와 연민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사람들을 도덕적인 미덕과 행복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감하는 이야기는 '비극을 통한 감정의 정화를 거쳐 즐거움을 느낀다'라는 성공 공식으로 구성되었다는 수천 년 전의 공식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500년 전 카타르시스를 거쳐 성숙한 인격을 갖춘 미덕의 삶을 살고자 했던 그의 바람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인생 지침이 되었다. 문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플롯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플롯을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또 있을까. 고전의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은 플롯, 스토리텔링, 에피소드, 카타르시스의 개념을 이해하는 동시에 비극을 마주해도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의연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