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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카인드 -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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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디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어려서부터 성선설을 희망하였지만, 세상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악한 일이 너무 많이 자행된다. 어린아이를 학대하고, 고통스럽게 죽음으로 내모는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사리사욕 때문에 범죄는 끊이지 않는다. 무서운 세상이고, '나 자신 외에는 믿지 말라'라는 세상에서 <휴먼 카인드>는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희망의 연대기를 찾는다.
문명이란 아주 가벼운 도발에도 갈라져버리는 얄팍한 껍데기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네덜란드의 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의 '껍데기 이론'은 현실은 정반대로 드러났다. 우리 인간은 위기가 닥칠 때, 전쟁이 발발하거나 홍수 등 위기가 닥쳤을 때 최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복잡한 존재이지만 좋은 면을 강하게 선호하는 인간이 스스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심오한 우화 하나를 소개한다.
어떤 노인이 손자에게 이야기한다. "나의 내면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두 마리 늑대의 처절한 싸움이다. 하나는 악이다. 분노에 차 있고 탐욕스러우며 질투가 심하고 교만하며 비겁하다. 다른 하나는 선이다. 평화롭고 타인을 사랑하며 겸손하고 관대하며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다. 너의 내면에서도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잠시 뒤 손자가 "어느 쪽 늑대가 이기나요?"라고 묻자 노인은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네가 먹이를 주는 쪽이지."
'인간은 악하다'라는 전제하에 실행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범죄자와 간수', 밀그램의 복종 실험 등의 허점을 제시하며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저자가 사례로 제시한 '대도시에서 벌어진 비극'의 뉴욕의 살인 사건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 같아 씁쓸한 마음을 남긴다. 뉴욕의 주택가에서 한 여성이 새벽에 칼에 찔려 도움을 요청했으나, 동네 사람들은 불을 켜고 바라볼 뿐 도와주지 않는다. 30여 분이 지나서 경찰차가 오는데, 여성은 숨진 뒤였다. 이에 목격자는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방관자들 중에는 누군가가 이미 신고했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또한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또 다른 사례로 목격자들의 발 빠른 대처가 목숨을 살린 사건도 제시하며 목격자의 즉각적 개입의 결과에 대해 보여준다. 내가 만일 이런 상황에 놓여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내가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게 된다.
'선과 악'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소재이나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러나 <휴먼 카인드>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에 푹 빠져 속도감 있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유발 하라리와 정재승 교수가 왜 극찬했는지 읽으면서 느껴지는 책이다. "인간은 본래 선하며 그가 사악해지는 것은 오로지 사회제도 탓"이라는 루소의 말처럼 우리 인간은 본디 선한 존재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