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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고스트 ㅣ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평점 :
변두리 로켓 시리즈의 3번째 도서인 고스트는 인공심장 밸브를 개발한 가우디 프로젝트로부터 10년 후의 시점으로 초우량 중소기업 쓰쿠다 제작소에서 트랙터의 트랜스미션에 관심을 가지며 새로운 판로를 구상하는 이야기다.
변두리로켓 소설을 읽고 있으면 내가 쓰쿠다 제작소의 일원이 된듯 감정이입이 된다. 열심히 일하는 이들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시련,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그 면면을 보여주며 인생공부를 시킨다. 저자는 아무리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냉혹한 경쟁사회일지라도 꿈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기술력을 앞세워 내실을 다진 쓰쿠다 제작소가 거래처를 돕는 입장으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나 인생 공부를 시켜주는 쓰쿠다 제작소의 쓰쿠다 대표는 이번 '고스트'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다.
"상대가 생각지 못한 비책을 사용해 공짜나 다름없이 매수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고, 그러는 경영장도 있겠지. 하지만 기어 고스트 사람들이 나중에 그 사실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기꺼이 우리 동료가 돼주겠다고 할까? 나 같으면 약아 빠졌다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그런 방식을 사용한 자들에게 앙금이 남겠지. 분명 사업에 전략은 필요하지만, 그건 공정해야 해."
"회사도 사람과 똑같거든. 손해와 이득이전에 도의적으로 올바른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어?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애당초 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거래처인 기어 고스트에서는 특허침해 소송으로 인해 회사의 존폐위기에 처하자 쓰쿠다 제작소에 자신의 회사를 인수해달라고 찾아온다. 고문 변호사와 기업의 회생방법을 착안해 낸 쓰쿠다는 거의 공짜로 알짜 기업을 인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의적인 결정을 하는데, 쓰쿠다와 10년 넘는 세월을 함께 해서 일까, 직원들도 이견없이 곤경에 처한 회사를 돕자고 하는 모습은 가히 감동적이었다.
어려울 때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볼 수 있다고 했듯, 직원과 고객의 사랑을 받을 기업은 경영인의 마인드가 남다르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어려움에 처하자 수천 억원의 재산을 보유하면서도 손실을 보기 싫어 직원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폐업하는 기업가가 있는가 하면, 운영하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임에도 직원들의 형편이 본인보다 어려우니 급여 삭감없이 버텨보겠다는 자영업자도 있다. 사업의 규모를 떠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이득을 위해 도의를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사람의 도리에 맞는 길을 가는 회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한편, 쓰쿠타제작소와 사건 사고가 많은 기업 데이코쿠 중공업이 우주 로켓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며 파장이 예고되는데, 담당자였던 자이젠이 향후 관심을 갖는다는 분야가 뜻밖에 '농업'이란다. 변두리로켓의 마지막 권인 다음편에 고스트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도노무라 부장마저 귀농한 쓰쿠다제작소는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까? 이케이도 준의 속도감있는 전개의 짜릿함이 끝나간다 생각하니 벌써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