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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13
존 맥그리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2017년 코스타 상 수상작이자 2017년 『가디언』, 『파이낸션타임스』, 『텔레그래프』의 올해의 책 <저수지 13>은 상실의 사건이후에도 변함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묘사한 소설이다.
"실종된 여자아이의 이름은 리베카, 베키, 혹은 베스였다. 사라질 당시에는 열세 살이었다. 후드가 달린 흰색 상의와 진청색 방한 조끼, 검은색 진, 캔버스화 차림이었다"
소설<저수지 13>은 어느 겨울,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13살짜리 여자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소설은 이 마을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 이를테면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죽음, 만남과 이별 등등 13년 간의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점점 희미해져가는 실종 사건과 묵묵히 그들의 삶을 살아나가는 자기 앞의 생을 보여준다.
저자는 숫자 13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걸까. 13개의 저수지가 있는 마을에서 13살 어린이가 실종되고, 그녀의 묘연한 행방을 추적하지만 사건이라할 단서조차 찾지 못한다.1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실종된 여자아이의 이름은 리베카, 베키 혹은 베스였다..'라며 소녀의 실종을 상기시키지만, 13명의 인물들의 삶은 눈이 먼 채 계속 이어진다.
실종된 사건의 전말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했으나, 저자 존 맥그리거는 독자의 기대와는 달리 주변 인물들의 심리와 사건들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소설을 전개해 나간다. 그러나 어디서 단서가 나올지 몰라 지루할 틈이 없이 몰두하며 읽었는데 아마도 저자의 필력덕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저수지 13>은 정형화된 플롯이 아니기에 더 우리의 삶과 닮아있는것 같다. 그리고 마을 인물들의 성향이 눈에 그려질듯 섬세한 심리 묘사는 400페이지 분량의 장편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누군가의 부재는 주변인들에게 잠시 이슈가 되지만, 저마다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다보면 잊혀지는 우리의 일상이 오버랩되었다.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는 소망의 꿈은 어쩌면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이기심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반복되며 차곡차곡 쌓여 이야기가 되듯 먼훗날, 나의 삶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모두 고요했고, 빛났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