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로 감동을 안겼던 스즈키 루리카의 신작 소설 <엄마의 엄마>는 중학교 1학년이 된 하나미에게 어느 날, 수상한 할머니가 나타났다. 그런데 엄마의 반응은 더 수상하기만 하다. 엄마가 적으로 여기는 사람은 내게도 적인데, 도대체 이 둘은 무슨 관계인지 하나미의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이미 이 세상에 내가 엄마라고 부를 사람은 없어. 부를 사람이 없다는 건 죽었다는 말이나 다름없지. 그렇게 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어. 죽은 사람을 나쁘게 말하면 안 된다고 하잖니. 내 엄마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그러면 원망도 옅어질 것 같아서. 거짓말해서 미안하다. 남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나더러 못됐다고 하겠지만,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그만큼 많은 일이 있었어. 어느 한쪽이 죽지 않는 한 용서하지 못하는 관계도 있단다. 하필 그게 모녀라니 최악이지만."

돈은 없어도 늘 마음에 여유를 품고 다니는 다나카 모녀의 유쾌한 이야기는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보다 한층 성숙되어 <엄마의 엄마>로 돌아왔다. 천재소녀 스즈키 루리카는 플롯 없이 집필한다고 하는데, 저자의 성장만큼 주인공 하나미도 성장한 것 같다. 하나미는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돈이란 정말 감사한 존재'라며 돈에 애착이 생긴다. 하나미에게 새로 생긴 친구 사치코가 엄마의 재혼으로 부유하게 살지만, 실상은 외톨이인 현실을 보면서 자신에게는 따뜻한 엄마가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엄마의 엄마>에는 엄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딸을 버린 엄마, 학대 당하고 버림을 받았지만 딸을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엄마, 재혼하면서 새로운 가족에 편입되기 위해 자신의 딸에게는 소홀한 엄마 등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 엄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딸을 학대하고 버린 할머니의 행위는 용서받기 힘들지만, 하나미는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할머니도 엄마를 낳았을 때는 진심으로 기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초등학교 졸업식도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누구나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극복이 되는 상처도 있지만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아픔도 있다. <엄마의 엄마>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던 어린 소녀가 엄마에게 버림 당하고, 엄마를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여기고 살아가면서도 엄마의 빚을 갚아주며 살아온 하나미의 엄마는 자신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딸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자신은 사랑받지 못했지만, 하나미가 태어나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고, 무한한 사랑을 베풀며 딸에게 위로받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그때의 괴로운 경험과 과거가 있었던 덕분에 지금 내가 있다고 당당하게 가슴 펴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렇게 됐다고, 그 일만 없었어도 이러지 않았을 거라고 원망합니다. "

<엄마의 엄마>는 핫초코 한 잔과 함께 뚜벅뚜벅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응원하며 읽은 감동적인 소설이다. 묵묵히 자신의 본분을 잘 지키며 살면서, 훗날 과거를 돌이켜 보며 그땐 그랬었지. 하고 웃는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스즈키 루리카의 차기작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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