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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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는 친숙한 동물을 의인화해 교훈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어린 시절 접하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 우화 원작 358편이 수록된 <이솝우화 전집>을 읽으면서,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혜를 담은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우화집으로, 왜 소크라테스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도 이솝우화를 탐독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솝은 그리스에서 독보적인 작가이자 연설가였다. 노예의 신분이었던 그가 주인을 변호하며 두 번째 주인이 자유의 몸으로 해방시켜준 뒤, 왕과 도시국가의 자문으로 활약했다. 이솝이 아폴로 신전의 사제들의 탐욕을 고발해서 살해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델포이에서 외교 협상 중에 '독수리와 쇠똥구리'우화를 전하다가 델포이 사람들을 분노케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우스의 상징이기도 한 독수리가 토끼를 뒤쫓고 있었다. 토끼의 눈에는 쇠똥구리밖에 보이지 않아 도움을 청하고, 쇠똥구리는 독수리에게 제발 토끼를 살려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독수리는 작은 쇠똥구리를 업신여기고 보는 앞에서 토끼를 잡아먹어 버린다. 이에 쇠똥구리는 독수리가 둥지를 트는 곳마다 찾아가 알을 밖으로 굴려 깨뜨리고 알을 먹어 치워버린다. 결국 독수리는 제우스에게 도움을 청해 제우스의 무릎에 알을 낳는다. 이 사실을 안 쇠똥구리는 쇠똥을 굴려 공처럼 만든 뒤 날아서 제우스의 무릎 위에 떨어뜨린다. 제우스가 쇠똥을 털어내려 일어나자 독수리의 알들 은 떨어져 깨진다. 이후, 쇠똥구리가 나타날 때는 독수리가 알을 낳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독수리와 쇠똥구리' 우화는 업신여김을 당하고도 전혀 복수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는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누구도 하찮게 여겨서는 안된다

는 교훈을 전한다. 이솝우화 전집은 '황금 알을 낳는 암탉','금도끼 은도끼' 등등 우리에게 익숙한 우화들 외에도 인간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민낯들을 보여주며 교훈을 전한다. 거의 다수의 우화에는 짤막한 교훈이 있는데, 곱씹어 보면서 삶의 지혜를 습득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스의 정치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이솝 우화는 소크라테스가 감옥에서 이솝우화에 운문을 넣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본격적으로 연구할 정도로 지식인들의 사랑을 받은 지혜의 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햇볕 정책'도 거친 바람보다 뜨거운 햇살로 외투를 벗게 만든 '북풍과 해'와 닮아있다. 이솝우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것들에서 얻는 지혜이기에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듯하다. 짧은 우화에 교훈이 담겨 있어서 강의 소재나 토론의 에피소드로 활용하기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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