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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달동 미술관
피지영.이양훈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0년 10월
평점 :
힐링 미술관을 콘셉트로 한 <영달동 미술관>은 비정기적으로 저녁에만 불빛이 들어오는 작은 마을의 미술관에 무심코 문을 열고 들어간 사람이 작품을 마주하고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상처받은 영혼들이 힐링 되는 이야기다.
소설 속에는 반 고흐, 렘브란트, 라파엘로, 모딜리아니, 밀레 등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통해 화가들이 작품 속에 숨겨 놓은 메시지를 찾아가면서 과거에 얽매여 있던 자신의 속박들을 서서히 풀어나간다. 예술 작품은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 감정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삶이 평화로울 때, 또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작품이 달라진다. 작품은 우리의 팍팍한 삶에 위로를 주기도 하고, 낭만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일상 속에 예술이 스며들면 어느 순간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영달동 미술관>은 예술 작품 감상으로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매력적이면서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노인들이 주로 사는 고향으로 발걸음을 하게 된 주인공, 또 이 주인공이 미술관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아가는 것 또한 이 소설을 읽는 묘미일 것이다. "예술은 우리 영혼에 묻은 일상생활의 먼지를 씻어준다"라고 말한 파블로 피카소의 말이 떠오른다.
<영달동 미술관>의 저자는 어느 날 미술에 심취해 예술 관련 책 1000권을 읽고 서양 미술 도슨트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명화를 감상하며 깊이 감동하는 것은, 화가들이 그림 속에 새겨 넣은 인물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빨리 잦아들어 미술관에서 원 없이 작가가 작품 안에 심어놓은 컨덕터를 찾고,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찾아가며 나를 만나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