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임재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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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Symphony in C minor 'Justice>는 '그의 살인은 심판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표지에는 요한계시록의 최후의 심판 구절이 기재되어 있으며 인트로에 다시 한번 인용했다.

책들이 펼쳐졌습니다. 또 다른 책 하나가 펼쳐졌는데, 그것은 생명의 책이었습니다. 죽은 이들은 책에 기록된 대로 자기들의 행실에 따라 심판을 받았습니다. 바다가 그 안에 있는 죽은 이들을 내놓고, 죽음과 저승도 그 안에 있는 죽은 이들을 내놓았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자기 행실에 따라 심판을 받았습니다."(요한계시록 20:12-13)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심판>은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국회의원 당선인이 피살되는 것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학창 시절부터 반장선거에서 자신을 제치고 선출된 친구를 모함에 빠뜨려 사건을 조작하고 검사를 매수하여 교도소에 복역시키는 10대, 그 둘의 지독한 악연의 고리는 끊이지 않는다. 대학에서는 학생회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사유로 국가보안법 위법 사건에 휘말려 또다시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소설은 독재와 불법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철저하게 유린당한 지식인의 기록이자 처절한 항명을 풀어나간다. 법정 공판을 초반부는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까지 몰입시키지는 못하는데 1/3을 넘어가면서 호흡이 빨라지며 정경유착, 검찰의 불법 공권력 남용 등 사건들이 생생하게 그려내 우리나라 범죄물 영화나 '무법변호사'같은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 재밌게 읽었다.분노는 분노를 낳고,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설령 더럽고 추악한 죄라 할지라도 법에 의해 판결을 받고 죗값을 받는 것이지, 인간은 그 누구도 타인을 심판할 수 없다. 400페이지 분량의 책은 100페이지 안쪽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완독하기 어려워진다. 초반 도입 부분이 조금 압축되어 긴장감을 높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심판>은 부조리를 향해 싸우는 오늘의 투쟁은 내일의 용서를 위해서라는 소녀의 외침이 울림을 남기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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