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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블 파이 -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매트 파커 지음, 이경민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학 앞에서는 왜 그리도 작아지는지, 수학이 재미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했었다. 최근 수학 교양서가 전 세계적으로 붐업되고 있는데, <험블 파이>는 영미권에서 수학 책 최초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등극한 책이라 눈길이 간다.
험블 파이는 무슨 뜻일까? 원제는 <Humble Pi>로 겸손한 파이(π)라고 한다. 잘못을 시인해야 하거나 체면을 구긴 굴욕적인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이는 부제로 수학적 사고가 부재할 때 벌어지는 굴욕적인 실수들을 소개해서 흥미진진하게 책장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몰입돼서 재미있게 읽다 보니 300페이지 남짓인 게 아닌가, 근데 그 정도로 읽은 건 아닌 거 같은데 하면서 좌우 페이지를 보고 앞으로 돌아가 보니 책의 페이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앞서 저자는 책 속에 세 가지 오류를 숨겨두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중 하나가 책의 페이지 표기인 거 같다. 서문 시작이 417부터 시작해 본문이 1로 끝나니까 말이다. 다음은 편집의 오류인 것 같다. 5장과 6장의 시작이 왼쪽에서 시작하고, 9,10장의 시작도 다시 왼쪽으로 편집했다가 13장에 또다시 왼쪽인데 특별한 의도가 보이지는 않는다. 책을 읽다가 우연히 오류를 발견하는 것도 <험블 파이>를 읽는 재미중 하나다. 그리고 감사의 말은 0에서 시작해서 음수를 뜻하는 4,294,967,295(-1) 4,294,967,294(-2) 순으로 표기되어 있어 신선하다.
펩시가 펩시 포인트로 전투기를 교환해 학교에 전투기를 타고 다닐 수 있다는 광고를 만들었는데 이를 실제로 도전하는 소비자가 등장하며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던 사례를 보여준다. 여기서 광고에 소개된 펩시 포인트의 현금성 가치와 전투기를 구매하는 실질 소요 금액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오류가 존재한다. 8억 원 선의 포인트로 240억 원 상당의 전투기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하에 8억 대를 펩시에 제시한 소비자가 등장하기까지 자신들의 엄청난 오류를 파악하지 못 했던 거 같다. 전투기의 실제 가격을 고려하지 않았던 광고가 법정 공방까지 치달았으니 말이다. 초반부터 우리네 세상은 수학과 밀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맥주를 만들기 위해 인류는 최초로 계산을 했다는 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단위를 잘못 읽어 영국에서 중국까지의 거리를 가깝다고 오판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진실 등등의 사례를 소개한다. 특히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사례들이 실제 사건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험블 파이>는 생활 속에 녹아있는 수학을 그리고 수학이 없을 때 발생되는 굴욕적인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꽤나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