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한 유산 - 8명의 가족이 다 때려치우고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난 이유
제준.제해득 지음 / 안타레스(책인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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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 달간의 미국 자유여행이라니 꿈같은 시간이다. 지금 집콕을 하는 코로나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니 더더욱 꿈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부모님과 두 딸의 내외 그리고 아들과 손녀까지 8명이란 인원이 캠핑카를 타고 미국 전역을 여행한다는 것은 사실 만만치 않은 조합이다. 비용은 아버지가 부담한다고 해도, 부모님과의 여행은 패키지여행이 답이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는 자식들의 입장에서 열흘도 아닌 40일의 일정이라니 6개월의 기획 기간이 이해가 간다. 미국의 광활한 대자연에서 오롯이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시간은 평생토록 기억될 소중한 추억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추억할 만한 인생을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의 젊은 시절을, 나와 함께한 친구, 내 곁을 먼저 떠나실 부모님과의 소중한 시간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인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한 달 여간의 여행을 6개월 전부터 기획했다는 아버지의 삶이 순탄했던 것 만은 아니었다. 회사 부도도 3번이나 났었고, 25년간 월급 한번 받아본 적 없는 가장이었지만, 지금은 여름휴가에 7,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쓰는 아버지가 되었다.(비록 딸 내외에게는 돈을 일부 받긴 했지만 ) 자식들에게 유산 상속하는 대신에 지금 이 순간순간의 모든 것이 유산이라며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돈보다 훨씬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세상은 롤러코스터를 원하고 협곡과 심해 그리고 고산을 우러러본다. 사람들이 원하는 세상과 진리가 원하는 세상 중의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개인의 선택 영역이다. 하지만 세상을 잘 살기 위한 한 가지 중요한 방법은 평평한 대지가 아니라 협곡, 심해, 고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풍파 속에서 그것을 인내한 결과를 몸으로 보여주는 캐니언은 역경을 이겨낸 체험의 결과물이자 인내의 결과물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순수 그 자체로 태어나지만, 세월을 거치면서 협곡처럼 패이고 깎이고 날리고 씻기면서 변하게 된다.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저마다의 협곡이 만들어진다.

<위태한 유산>은 8명의 식구들이 서로를 더 알아가고, 바쁜 현실에서 놓치고 있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추억을 만든 40일의 기록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여행하며 느낀 감상을 적어내려가는데, 인생 선배인 아버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10대 아들은 세상과 부딪히며 알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기준이 있고 가치관이 다르기에 같은 것을 보아도 다양한 생각과 결과를 도출해 내게 된다. 저자의 가족과의 여행을 타인들은 '위태한 유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물질적인 유산도 남겨주면 좋겠지만, 가족의 사랑을 서로 느끼며 두고두고 회자할 수 있는 추억과 경험이 인생을 더욱 참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며 가족과의 여행이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가치 있는 '위대한 유산'이라고 한다. 나 역시 가족과의 여행은 시간 날 때마다 가능하면 많이 가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기에 이들의 시간과 돈의 가치가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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