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두아르도 하우레기의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는 내 삶의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은 순간에 찾아와 그동안 잊고 있었던 행복에 대해 깨닫게 해준 고양이와 함께한 마법 같은 시간을 그려낸 잔잔한 힐링 소설이다.

우리의 일상은 늘 바쁘다. 회사에서 쏟아지는 업무에 시달리느라 정신없거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인공 사라는 10여 년을 함께한 남자친구와 소원해진 것을 느끼지만 애써 모른척 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2년간 다른 여자와 교제해온 사실을 알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잃어버린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에게 고양이 시빌은 "사랑은 잃어버리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찾을 수도 없어. 그리고 사실 사랑은 찾아내야 하는 그 무엇도 아니야."라며 사랑할 만한 사람을 찾고 싶다는 그녀에게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묻는다. 이어서 "너조차도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 그랬어. 너도 너를 못 믿는데 어떻게 네가 찾는 사람이 너를 믿어주겠니."라고 말한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에서 남자친구가 배신하면서도 발뺌하고 자신은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분노가 치밀면서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오버랩되었다. 부부의 세계에서 남자 주인공 이태오는 동갑내기 아내를 두고, 띠동갑 이상으로 어린 여인에게 빠져 2년간 두 집 살림을 해오다 아내에게 발칵 되면서 둘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사랑하고 함께한 세월만큼 떼어내는 과정도 험난했으며 서로 복수하면서도 집착하는 그들을 보며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었다. 반면 소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의 주인공인 사라는 힘들지만 복수하기 보다 자신의 생활을 되찾기 위해 평정심을 유지하려 고군분투한다. 자신이 벌어온 돈으로 둘이 생활해왔던 터라 모은 돈도 없는데 남자친구와 함께 살아온 공간에서 하루아침에 나가야 하는 신세가 되고, 아빠한테 기대고 싶은 마음에 집에 전화했더니 가족은 파산 위기에 몰려있어 도움을 받기는커녕 자신이 도와야 할 형국이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을 찾아온 고양이가 사람의 언어를 사용해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그녀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중간중간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는 소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장치였다.

고양이 시빌은 사라에게 많은 공간과 물건이 필요치 않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쉼터는 '행복을 볼 수 있는 집'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다독여준다. 행복은 소리 없이 곁에 다가온 느긋한 고양이 같은 것이 아닐까. 집사들이 '고양이로부터 힐링 받는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싶다. 코로나로 인해 온 세상과 일상이 마비되고 나니 지금껏 우리가 누려왔던 당연했던 삶이 감사한 시간이었음을 새삼 느낀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아는 사람이 더 많이 웃고 행복할 수 있듯,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당연한 것이 아니기에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가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 가야겠다. 고양이에게 입양되어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그녀의 삶처럼 과거와 미래에 갇혀있지 말고 현재의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유익한 시간들로 채워지길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