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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천년의 수업>의 저자 김헌 교수는 책의 초반에 '질문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묻는다. 사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는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별로 없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코로나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생겨 자문해 보았었다.' 지금 나는 인생의 방향을 잘 설정하고,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말이다.
세상을 향한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또 내가 누구인지 묻게 되는 순간 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차이가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나는 어쩌면 내가 의도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천년의 수업>은 저자가 자아, 행복, 죽음 등 세상을 향한 질문 9가지를 그리스인들의 실상과 지혜를 비교하며 천년의 시간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여준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고등학교 때 읽으면서, 신들의 삶이 왜 이런 게 잔인하고 탐욕스러울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스 철학의 전문가인 저자는 학부형들에게 이렇게 잔인한 이야기를 학생들이 읽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에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자 인생의 민낯이다.'라 답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 고전이 수천 년간 우리에게 던져온 화두이기도 한 인간의 존재와 죽음, 행복, 타인과의 관계 등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해해야 한다. 위대한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탐독했으며, 실용적으로 접근해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르면 유럽 여행의 재미를 반의반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만 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천년의 수업>은 질문과 신화 속 주인공들을 접목시켜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무척 유익하다. 풍요로움과 불로장생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의 원 위치로 돌아가려는 <오디세이아>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안락함에 안주하기 보다 고난을 헤쳐 나가는 인간의 삶이 더욱 가치 있음을 보여 준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살아있는 지금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더욱 의미 있다는 것이다. 즉, 유한함이 인생을 더욱 소중하고 값지게 만든다.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더욱 달콤하고, 고통이 있기에 성취의 보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은 우리의 삶을 보다 밀도 있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사실을 유념하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인생을 자신만의 색으로 채워 나간다면 그 누구의 인생보다 의미 있고 값질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