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의 기술 - 철학은 어떻게 삶을 버티게 하는가
윌리엄 B. 어빈 지음, 석기용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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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시련을 마주하였을 때 시련을 통해 단련하고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는 거냐'라며 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좌절의 기술>은 '인생에서 좌절은 피할 수 없지만, 좌절에 대처하는 우리의 태도는 바꿀 수 있다'라는 스토아 철학의 지혜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담아냈다.

 

 

동일한 난관에 부딪혀도 툴툴 털어내고 일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궁으로 빠져드는 사람이 있다. 좌절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왜 차이가 나는 것일까? 한 사람은 인내심이 탁월해서? 원래 단단하게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살아온 환경이 달랐든, 누군가는 이미 유사한 경험을 했든 회복탄력성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저자는 스티븐 호킹, 루게릭 등 회복탄력성을 발휘해 좌절에서 회복했던 사례들을 보여주며 스토아 철학이 강조하는 삶을 보여준다.

비록 급변하는 21세기이지만, 2000여 년 전의 고대 그리스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의 지혜는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좌절을 만난다는 것은 신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역설적인 증거로 신은 자녀들이 고난과 괴로움과 상실의 고통을 알게 됨으로써 참된 임을 얻기를 원한다'라는 것이다. 이처럼 좌절에 대해 부정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도전해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여기는 것이 스토아 철학의 시작이다.

저자는 좌절에 대처하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한다.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상상해 보는 앵커링 효과와 좌절을 다르게 바라볼 때 끝난다는 프레임 효과로 구분한다. 앵커링 효과는 오늘날 부정적 시각화라고도 불리는데, 스토아의 공구상자에 들어있는 가장 빼어난 심리 도구라고 한다. 핵심은 "곰곰이 숙고하라"가 아닌, 좌절을 "스치듯 생각하라"라는 데 있다. 다음으로 현대 심리학에서 많이 다루는 프레임 효과는 우리의 잠재의식이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프레임에 넣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가 사건을 의식적으로 프레임에 넣음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이를테면, 거래처 직원이 실수를 하고 자신이 맞는다고 우긴다면 화를 낼 것인가? 이를 저지른 이를 '무능력 프레임'에 넣으면 분노하는 감정이 되려 연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좌절을 게임의 구성요소로 프레이밍함으로써 좌절로 인한 정서적 충격을 감소시키는 '게임 프레임', 좌절을 흥미로운 도전으로 해석하여 좌절에 대처하면서 일정 정도의 만족감을 이끌어 내는 '스토아의 시험 프레임' ,좌절을 경쟁하는 의무들에 따른 불가피한 귀결이라는 '경쟁하는 의무들 프레임'에 넣음으로써 수많은 부정적 감정을 피하기도 한다. 고대 스토아철학자들은 우리가 어떤 좌절을 경험할지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 좌절을 어떤 프레임에 넣는지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좌절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우리가 통제력을 발휘해 프레임을 선택함으로써 좌절이 될 수도 스쳐 지나가는 과정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진가가 발휘된다. 결국 어떤 존재인지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난관이고, 만일 역경이 없다면 탁월함 또한 시들어버릴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시련을 마주하면 우리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들 한다. 그러나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듯 고통 뒤에는 낙이 오고, '호사다마'처럼 행복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고통이 오는 게 인생이다. 세네카는 "과도한 모든 일이 해악을 불러오기는 하지만, 그중에 가장 큰 위험은 과도한 행운에서 나온다. 그것은 뇌를 부추기고 마음을 유인해 한가로운 환상이나 즐기게 만들고 허위와 진리의 구분을 두꺼운 안개로 가린다."라고 말했다. 행운도 불운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큰 위험은 큰 행운에서 나온다는 것을 주지하여 스토아 철학을 토대로 정서적 안락 지대를 넓히되 편안함을 위한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좌절을 대하는 기술 터득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의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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