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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평점 :
<어둠의 눈>은 2020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책으로 세계 역주행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소설이다. 40년 전에 이미 중국 우한 소재의 실험실에 대해 그리고 '우한-400'라는 바이러스를 소재로 사용하여 '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이라고 평가받는다. 저자의 초기작이지만, 딘 쿤츠가 왜 스티븐 킹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지 저력을 맛볼 수 있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서스펜스 소설이다.
티나 에번스는 1년 전 아들 대니를 의문의 버스 사고로 잃었다. 그 뒤 남편과 이혼하고 일에 몰두하여 라스베이거스의 쇼 제작자로 '매직쇼'를 성공리에 개막하고 변호사 앨리엇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고 한다. 아들이 죽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믿기 어려웠던 그녀에게 자신이 살아있다고 무섭다며 엄마를 찾는 대니의 악몽에 시달리면서 기괴한 일들이 벌어진다. 대니의 방 칠판에 '죽지 않았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나고, 스산한 기운으로 주위를 냉각시키면서 라디오가 절로 켜지고, 물체들이 흔들리는 믿기지 않는 광경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엄마의 직감일까. 아들의 시신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그녀는 아들이 살아있을 지도 모르니 무덤을 열어 확인해 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앨리엇이 판사 케네백에게 무덤 열람 승인을 요청하면서 이들은 '판도라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된다. 한때 요원이었던 앨리엇은 본능적인 감각으로 목숨을 건지고 크리스티나 에번스를 구해 대니와 관련된 거대한 음모를 추적해 나간다. 아들에게 다가가는 엄마의 사랑 이야기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비밀단체의 감시와 추격과 함께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어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다. 비밀 연구소에 감금된 대니를 만나러 간 티나는 인간의 도덕성을 잃고 싶지 않았던 대니를 관리하던 연구원의 설명으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20개월 전 리첸이라는 중국인 과학자가 미국으로 망명을 했소. 그는 중국에서 10년 만에 새로 개발한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생물무기 정보가 담긴 디스켓도 가지고 왔지. 그 물질은 우한 외곽에 있는 DNA 재조합 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우한-400'이라는 이름이 붙었소. 그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인공 미생물 중 400번째로 개발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종이었기 때문이오.
우한-400은 완벽한 무기라오. 오로지 인간만을 괴롭히니까. 다른 생명체로는 옮겨갈 수가 없소. 그리고 우한-400은 매독균처럼 살아 있는 인간의 몸을 벗어나면 1분 이상 생존할 수 없소. 즉, 탄저균이나 다른 치명적인 미생물처럼 어떤 물체나 장소 전체에 계속 머무르며 영구적인 오염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거요. 그리고 숙주가 죽어서 체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순간 몸속 우한-400은 소멸하오."
'우한-400'은 100% 치사율로 '세균전'으로 점령지를 가장 손쉽고 저렴하게 점령하는 방법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무기였다. 그런데 연구 도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연구원이 무단 이탈하다 스키캠프 온 아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대니는 유일한 생존자로 연구 대상이 된 것이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남녀 간, 부모와 자녀, 친구의 관점에서 보여주며 믿기지 않는 사실도 믿고 함께할 때 그 사랑의 힘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대니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빚어낸 믿기지 않는 힘, 이를 믿고 행동으로 옮긴 모성, 그리고 이를 지지하고 도와주는 지원군이 없었다면 대니가 티나의 품에 다시 안길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어둠의 눈>은 전 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이라 주목받고 가장 핫한 책이다. 남다른 상상력이 돋보인 딘 쿤츠의 <어둠의 눈>은 로맨스, 가족애, 액션 스릴러, 음모론 등을 고루 다룬 서스펜스 소설의 수작으로 시간가는지 모르고 읽었다. 플롯의 구성 자체가 너무 훌륭한 소설이라 '우한 바이러스'에 대한 연결고리를 모르고 읽었다면 책의 작품성이 또 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조금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딘 쿤츠를 알게 된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딘 쿤츠의 작품을 쌓아놓고 읽고 싶어질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겼다. 언젠가 그의 작품이 명작의 반열에 오를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