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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증언 - 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 ㅣ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0
이병수 외 지음, 통일인문학연구단 기획 / 씽크스마트 / 2020년 3월
평점 :
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기억과 증언은> 『태백산맥』, 『순이 삼촌』 등 16편의 소설을 통해 빨치산의 출현 이야기부터 제주 4.3사건, 국민 보도연맹 사건 등 해방 직후부터 6.25 전쟁이 끝난 뒤 분단국가의 이산가족들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순 사건이나 10월 대구 사건 등 공식적인 역사로 인정받지 못한 사건들과 그로 인한 상처를 조명하였다.
우리나라는 36년의 일제 치하에서 해방의 기쁨을 채 맛보기도 전에 미국에 점령당하게 된다. 일본인이 급히 떠나면서 국내 화폐 부족 현상이 발생되고, 미국은 화폐를 무분별하게 발행하여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 미국이 시행한 자유 시장제는 쌀 값을 폭등시키면서 서민에게 일제강점기보다 더 심한 기근으로 고통스럽게 했다. 게다가 친일파를 숙청해도 속 시원하지 않을 판에 미국은 친일파를 재등용하여 공분을 사 결국 민중들의 항쟁이 발생하게 된다. 이 사건이 바로 대구 10월 사건으로, 대구를 시작으로 이남 지역에서 전국적 민중항쟁으로 변모된다. 우리에게 '대구 10월 사건'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히 민중들의 가난과 굶주림을 공산주의 폭동으로 해석해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였기 때문이다.
"나라가 일제에 해방되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해방이 되자 조선 사람들이 착각한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굶주림에서 해방이고 또 하나는 압제에서 해방이었다. 그건 정말 순진한 조선 사람들의 착각이었다."
또한 좌익 세력 축출을 목적으로 시행한 '국민보도연맹'은 해당 단체에 반대 혹은 탈퇴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법률에 저촉되는 규정을 넣어 1년 동안 국가보안법 위법으로 검거, 투옥된 인원만 11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성과를 위해 선량하고 무지한 시민들에게 비료 배포용 명부라 속이고 도장 찍기를 강요한 뒤 이를 좌파 명단으로 사용하는 개탄스러운 일들이 자행되었다. 자신의 살생부에 직접 서명하게 한 잔인함은 남겨진 가족에게도 이어진다. 보도연맹원의 가족은 빨갱이라 손가락질 받으며 감시의 대상이자 연좌제로 공적인 기회의 원칙적 박탈은 물론 지속적인 배제 하에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보도연맹원으로 고발된 국가보안법 위반자 혹은 그의 가족으로 살아온 이들의 삶은 얼마나 억울할지 상상이 안 된다. 눈앞에서 가족을 잃고 사회에서 배척당한 유가족 마음의 한은 또 어찌 풀어줘야 하는 걸까.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 '공식적인 역사'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건이 아직도 존재한다. 우리 선조들이 겪어낸 끊임없는 외로운 사투를 후대가 기억하고 잊지 않도록 소설,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파되었으면 한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문학 작품은 픽션이기에 사건뿐만 아니라 사람에 집중하며 이야기로 엮어 낼 수 있다. 이를테면 '봉오동전투','택시운전사'처럼 영화를 통해 많은 이가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고 역사를 재조명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