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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고양이 - 닿을 듯 말 듯 무심한 듯 다정한 너에게
백수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3월
평점 :
길고양이 '나무'를 만나고, 고양이 집사가 되지 않았다면 몰랐을 평범한 일상 속 보물 같은 하루하루를 소개하는 책 <아무래도, 고양이>. 저자 백수진은 집사라는 새로운 경험이 자신을 숨 쉬게 하고 살아가는 원동력이라고 말합니다.
그녀가 집사가 되면서 빠져들게 된 고양이의 매력은 바로 '자신이 귀엽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하네요. "고양이는 귀여운 척을 하지 않는다. 인간의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바닥에 누워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모양새가 분명 귀여워 해달라는 것 같지만, 귀엽다며 다가가 만지려면 놀란 토끼 눈으로 몸을 일으켜 이내 도망가 버리니 말입니다.
엉뚱한 귀여움 외에도 고양이는 우아하며, 동작 하나하나에 그들만의 품격이 있다. 곧게 뻗은 다리, 네 다리가 조화롭게 움직이며 완성되는 걸음걸이, 높은 곳에 오를 때도 바닥으로 뛰어내릴 때도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유연하고 가벼운 몸놀림과 때론 경쾌하고 때론 예민한 꼬리, 기지개를 켜며 그려내는 곡선마저도 기품이 있다.
고양이는 남이나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면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집사에게도 모든 걸 허락하지 않는 도도함 덕분에, 집사들은 고양이의 작은 호의에도 황송한 기분을 느낀다. 많은 예술가들이 고양이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쉽게 친해질 수 없기에 더 잘 보이려고 노력하게 만드는 고양이의 도도함이 많은 집사들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치명적인 매력인가 봅니다.
하나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고, 자신을 먼저 지켜야 다른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지혜를 깨달아가는 저자는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후로 많은 성장을 하고 있는듯해 보입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마냥 홀로 쉬고 싶지만, 끼니를 챙겨줘야 하는 고양이가 있어 일어나야 하고, 무엇을 하려고만 하면 훼방을 놓는 일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나를 맞아주는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과 고양이를 품에 안고 한숨을 내뱉어야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진다는 그녀에게 반려묘 '나무'는 그녀의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자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독자에게도 전해지듯 그녀의 삶을 위로하고 풍족하게 만드는 반려묘 '나무'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 지어집니다. <아무래도, 고양이>는 닿을 듯 말 듯 무심한 듯 다정한 고양이와 밀땅 중인 집사들에게는 공감을 그리고 고양이 보호자를 자처하고 싶은 분들에게 행복한 반려 생활 방향을 제시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