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 -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 에세이
이종훈 지음, JUNO 그림 / 성안당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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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는 진짜 책장을 여는 순간 공감 백배에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사이다 같은 책이었다. 회사의 기이한 현상에 대한 꼭지 중 직장인의 법칙에서 십분 공감했다.

하나, 파킨슨의 법칙: 투자한 시간에 관계없이 일은 늘어난다는 법칙

둘, 만유인력의 법칙: 모든 일은 나에게 온다.

셋, 관성의 법칙(직장 제1법칙): 사원일 때 하던 일을 차장이 되어서도 한다. 똑같은 일을 계속한다.

넷, 힘과 가속도의 법칙(직장 제2법칙): 높은 직급, 힘이 센 사람이 시킨 일의 가속도가 붙는다.

다섯, 작용반작용의 법칙(직장 제3 법칙): 담당 부서에 일을 이관하면 다시 돌아온다.

분명 정신없이 해치운 일이 수도 없건만 자꾸만 쌓여가고, 회사에 월급 루팡들도 있는데 내게만 일이 오는 것 같아 짜증도 나고 아래 직원이 해야 할 일을 처리해 줘야 한다는 현실에 한숨이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이는 나만의 일이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 느끼는 기이한 현상이었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법칙까지 만들어졌겠는가 열 일 하는 직장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가 언제 그랬냐며 보고를 사장시키는 '사장님'

이런 지랄은 전무한 듣보잡 '전무님'

보고할 때 포장을 기가 막히게 하시는 포장이사 '이사님'

사생활까지 꼬치꼬치 다 캐묻는 부장검사 '부장님'

회식 술자리에서 1차 2차 3차 외쳐 대시는 차차차 '차장님'

나 때는 말이야 과장하는 기교가 뛰어난 '과장님'

대리한테 몰리는 일에 대리를 부를 수 없냐는 '대리님'

불교 사원에서의 템플스테이가 당장 시급한 '사원'

직급별 지랄 컷이라는데 어떰 이렇게 찰떡 비유를 했는지 회사 사람들을 연상시켜보니 딱딱 들어맞아 한참 웃었다. 한편으로는 나는 저런 소리 듣지 않고 싶기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위장을 아프게 하는 곳이 직장이지만, 위장을 채우게 하는 곳도 직장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출퇴근 시간의 지옥철, 고된 업무, 상사의 갑질 등 직장 생활이 고충이 한 둘이 아니어도, 매월 입금되는 급여에 위로받는 게 직장인이다. 설령 월급이 스쳐 지나가 텅 비어 버리는 텅장일지라도 그간의 고생을 위로받는 합의금이자 깽값이라는 사실엔 변함없다.

어느 업계든 직장인의 고충은 다들 비슷비슷하다. 어떤 회사를 가도 또라이는 꼭 있고, 월급루팡, 여우, 정치인들 또한 다 있다. 개인을 넘어 조직으로 들어가 보면 컴퓨터랑 얘기하는 기분을 들게 하는 전산팀, 일 떠넘기는 기술 뛰어난 기술팀, 매일 돈 없다는 자금팀, 서비스 마인드가 없는 서비스팀, 리스크를 유발하는 리스크 관리팀, 직원 조지는 기획을 하는 기획팀 등등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는 부서도 비슷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회사를 다니고 버텨야 한다. 지금 이 고통을 견디는 이유는 상사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퍽유머니'란 말이 유행한다. 퍽유머니(Fuck you money)는 회사를 그만두고 한 해 동안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볼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인 1년 치 연봉을 말한다. 상사 면전에 퍽유를 날리고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짜릿하다고 한다. 그러나 퍽유머니를 날리기 전에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한번 퍽유를 날리면 또다시 1년 후에는 다시 직장에서 그 돈을 모아야 하고, 빈털터리 인생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떠나는 것보다 버티고 견디는 것이 더 값진 것이다. 비록 커피 링거와 소주 수혈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틸지라도 인생은 단거리 주행이 아니기 때문에 긴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사표 낼 용기보다 남을 용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결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마음, 그리고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진다면 회사에서도 나아가 나의 개인적인 삶을 위해서도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슈퍼맨도 약점이 있고, 배트맨도 트라우마가 있지만 세상을 위해 살아가지 않는가. 뭐 비록 판타지이긴 하지만 말이다. 삶의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은 내가 더 큰 고통을 겪지 않음에 감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열심히 살아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힘들지라도 지금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면서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면 언젠가 빛을 보게 될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현대인은 돈을 벌려고 건강을 희생합니다. 그러고는 건강을 되찾으려고 돈을 희생하죠. 그들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합니다. 결국 현재에 살지도 못하고 미래에 살지도 못합니다. 절대 죽지 않을 사람처럼 살다가 제대로 살아 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라고 했다.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현대인들의 삶을 대하는 자세가 바로 이러하다. 걱정하기 전에 행동으로 보여주고,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미래의 내가 돌이켜 봤을 때 조금 후회를 덜 하지 않을까. 후회할 일은 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니까 말이다. 사이다 같은 글들이 유쾌하면서도 가볍게 읽은 책이었지만, 직장인이라면 위로받기에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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