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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텍 ㅣ 이삭줍기 환상문학 2
윌리엄 벡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림원 / 2020년 2월
평점 :
소설 <바텍>은 고딕 환상문학 최고의 걸작이자 프랑스 선정 『이상적인 도서관』의 '환상과 경이'부문 베스트 1위를 놓치지 않는 작품이다. 시인 바이런의 표현을 빌려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아들로 칭해지는 저자 윌리엄 셰퍼드가 프랑스어로 집필한 책이다.
그는 대부호의 상속자로 태어나 일찍이 음악, 미술, 건축에 조예가 깊었음은 물론이고 젊은 시절을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보냈다. 이후 1796년부터 고향에서 자신이 직접 설계한 고딕 양식의 저택을 짓는데 몰두하고, 완공된 이후에는 저택에 온갖 장식품과 미술품 그리고 에드워드 기번의 장서를 전부 사들여 읽으며 지냈다. 그러나 과도한 낭비벽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저택을 처분하기에 이르는데 괴짜 예술가인 그가 유명해진 것은 그 독특한 장르 소설 <바텍>덕분이라고 한다.
고딕소설은 공포 소설과 로맨스의 요소사 결합된 문학 장르로 고딕 호러라고 하기도 한다. 낭만적이고 초자연적인 소재를 골자로 다소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인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도 고딕소설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윌리엄 셰퍼드의 <바텍>은 분량이 얇은 것도 있지만, 영국인이 쓴 아라비아풍 소설이라는 소재도 흥미롭고,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독자를 흡입하는 힘이 강력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돋보이는데 그들의 대화에 매료되면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물론 소설의 방향은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다.
"저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자꾸나."
"저자가 자신의 어리석음과 불신앙으로 인해 결국 어떤 꼴이 되는지 보도록 하자. 저자가 지나치게 나아가면 그때 우리는 저자를 혼내줄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니므롯을 흉내 내어 이미 짓기 시작한 탑을 완성하도록 도와주려무나. 저자가 그 일을 시작한 것은 그 위대한 전사처럼 물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늘의 비밀을 꿰뚫고자 하는 오만한 호기심 때문이다. 저자는 어떤 운명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짐작도 못 할 것이다."
탐욕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군주 바텍은 보물과 권력에 눈이 멀어 나그네의 속삭임에 넘어가고, 주위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바벨탑'과 <파우스트>가 떠오르는 책으로 무절제와 일그러진 욕망의 끝은 파멸이라는 주제로 귀결된다. 어둠의 상징인 무덤과 검은 마법이 나오지만, 희극적인 요소들 덕분에 어둡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내어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되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코코를 보았던 탓인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