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의 애프터 파이브 - 막차의 신, 두 번째 이야기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모두 막차로 돌아갈 시간이야.' <막차의 신> 후속편이 나왔다는 소식에 선택한 소설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는 첫차를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8월의 마지막 금요일 밤, 밤이 깊어갈수록 찬란하게 빛나는 불빛만큼이나 인간의 욕망이 드러나는 대도시의 번화가인 신주쿠를 배경으로 각기 저마다의 삶의 아픔과, 용기 내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8월의 마지막 금요일, 오늘은 막차로 출근한다. 한때는 준 대기업의 상사맨이었던 그가 신주쿠의 러브호텔에서 허드렛일을 한다. 해외지사를 순회하며 인생의 절정기를 보내며 가정을 꾸리지 못한 그였지만,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경력을 속이고 시작한 일이다.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다시 한번 용기를 내는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가수의 꿈을 안고 무작정 고향을 떠나온 로코. 그러나 "나만의 청중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을 수만 있다면, 노래가 거기에 도달하게 돼." 다짐하며 버스킹에 도전하지만 막상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엔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다 냄새난다며 학생들로부터 괴롭힘당하는 노숙자 아저씨를 도와주고 그와 함께 첫차 시간에 버스킹을 도전한다. <stand by me>노래를 부르며 비로소 가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며, 이제부터는 혼자서도 거리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로코를 보며 나도 모르게 '스탠바이미'를 듣고 있다. 이처럼 특별하고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독자로 하여금 소설 속으로 이입시키는 힘이야말로 아가와 다이주의 매력이 아닐까?

지진 재해로 근무하던 세무사 사무소가 폐업하면서 실업자가 되어 바텐더로 일하게 된 가나, '막차의 여왕'이던 전 여자친구가 지하철을 잘못 내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교통 편이 없다는 연락을 받고 데리러 나서는 가즈야, 고등학교 졸업하며 집을 나와 남들에게 떳떳하게 말하기는 힘든 회사의 기사로 운전하는 겐타. 이들의 고달픈 삶을 통해 가슴에 제각각의 가슴 아픈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누군가가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면서도 선뜻 꺼내지는 못하는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을 찾기 위해 살아간다. 인생에 늘 해결책이 있는 건 아니니까. 해결책이 없어도 사람은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거니까 말이다. 

 

"막차를 타러 서둘러 가는 사람들을 볼 때가 제일 외로워" 막차는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을 위한 교통수단인 것이다. 빨리 돌아가고 싶은 따뜻한 집,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막차는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첫차는 놓쳐도 다음 차가 조금 뒤면 온다. 만약 삶이 버겁고 힘들다면 이 세상에 힘든 사람은 비단 나 하나가 아님을 잊지 말고,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는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거라 믿어보는 게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