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로 들어간 투자자 - 행동주의 투자자, 개혁가인가 사냥꾼인가?
오웬 워커 지음, 박준범 옮김 / 워터베어프레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금융 전문 기자 오웬 워커의 신간 <이사회로 들어간 투자자>는 행동주의 투자에 대한 개념 설명부터 상세한 사례 분석까지 행동주의 투자 전략의 모든 것을 담아낸 책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약탈 자본'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의 이슈 중 하나인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해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있다.

저자 오웬 워커는 기업 이사회와 행동주의 투자자를 전문으로 취재해 온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자다. <이사회로 간 투자자>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듀폰, HP 등 널리 알려진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벌였던 활동에 대해 인터뷰하고 취재한 자료를 토대로 생생하게 보여 준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훌륭한 협상가다. 동시에 일부는 자본주의의 첨단에 선 영웅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들은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계승하며, 회사와 이사회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한다. 성과가 부진한 경영진을 솎아 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단기적으로 배를 불릴 생각밖에 없는 하이에나도 섞여 있다. 그런 이는 잘 돌아가는 회사의 핵심 자산을 훼손하여, 즉 인건비와 리서치 비용을 줄여서 빠르게 이익을 짜낸 뒤,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떠난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전략은 다양하다. 이는 그들이 원하는 바, 타고난 기질, 타깃 기업의 대응, 다른 주주의 의견 등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쌓아온 일종의 오답 노트를 가지고 있었다. 투자자든 기업이든 확률이 낮은 캠페인에서 승리했을 때, 오답 노트에 새로운 성공 전략이 기록된다. 대부분의 경우 정형화된 성공 전략이 반복적으로 쓰이지만, 색다른 문화권의 새로운 국가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면 오답 노트의 새로운 페이지가 채워진다.

저자는 미국에서 행동주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어 소수의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한 맹아기의 한국 시장이 향후 진화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그리고 기업 가치 개선을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참고할 만하다. 투자자가 자사주 매입, 배당 같은 단순한 제안 외에도 기업이 경영상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돈과 시간을 걸고 벌이는 승부 과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어 기업의 재무, 기획, IR 관련 종사자라면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이사회로 들어간 투자자>는 행동주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행동주의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선진적인 주주 자본주의 모델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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