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중의 탄생 -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었는가
군터 게바우어.스벤 뤼커 지음, 염정용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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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대중의 시대였고, 21세기는 개인의 시대다.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시대의 중심은 대중에서 개인으로 옮겨 갔다. 대중은 힘을 잃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미디어 등 모든 분야에서 종적을 감추고 미디어와 스포츠계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앞다투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모든 기호는 개인의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이 된 것이다.<새로운 대중의 탄생>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대중의 모습과 특징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이 새로운 대중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월가 시위에서부터 아랍의 봄의 항쟁을 거쳐 키예프, 이스탄불, 서울 그리고 최근 들어 2019년의 런던과 베를린의 가두시위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은 다양한 대중운동이 특징을 이루고 있었다. 실제로도 대중은 새로운 개인주의 시대가 왔다는 일반의 가정과는 반대로 결코 사라진 적이 없다. 그렇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단지 대중으로만 보기는 힘든 새로운 대중이 생겨난 것이다. 우리는 셀럽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셀카 사진을 올리면 '좋아요'를 누른다. 누가 눌렀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전 세계의 수십만 명이 동시에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저자 군터 게바우어와 스벤 뤼커는 대중이 사라졌다는 통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 형태가 변형되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과거 1789년 파리 바스티유에서 일어난 프랑스 혁명 때도,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때도 대중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중은 비대면성과 익명성의 뒤에 숨어 여전히 정치와 문화 영역에서 힘을 발휘한다. 24시간 인터넷과 연결되어 '무리'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말이다. 저자는 이제는 대중 속의 개인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더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대중에 참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에 주목한다.

새로운 대중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인터넷과 뉴미디어가 한몫했다. Internet이라는 단어의 앞부분 inter는 하나의 네트워크, 전통적인 대중의 조밀함 대신 느슨하게 결속된 새로운 유형의 대중이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인터넷은 최대한으로 넓게 확장되고 항구적인 접속과 분리가 가능하다. 이 시대 대중은 취향이나 정치적 이념에 따라 다원화되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통제받지 않는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개방적 대중의 유형이다. 위계질서는 생겨나지 않으며, 오히려 접속처가 늘어나고 꾸준히 새롭게 배열되게 해주는 영원한 흐름이 생겨난다. 다원화된 사회는 오히려 대중의 다원화를 초래하며 단 '하나의' 순응적 대중을 존재하게 한다. 그러나 고립된 개개인이 아닌 수많은 개별 대중들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다른 대중들과 거리를 두면서도, 내부의 동질성을 이루는 전략도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개개인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에게 자신을 보이는 대로 혹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데로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대중의 탄생>에서 변화된 대중의 사회적 의미와 정치적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요즘 같은 공간에서 있는 수많은 이들이 동일한 영상을 촬영하여 SNS에 실시간 업로드하는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대중이 사라지지 않았음은 물론 권력과 추진력을 가지고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잠재력 역시 대중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대중이 과거 대중보다 규모는 작을지 모르나, 과거보다 이질적인 사회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더 높은 동질성을 지니게 된다고 예리하게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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