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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보이
가쿠타 미쓰요 지음, 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20년 1월
평점 :
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한 생명이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엄마다. 세상에 태어나 엄마와 연결된 탯줄을 잘라내어도 엄마의 품에서 나와 오롯이 혼자의 삶을 살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걸릴까? 비단, 두 발로 걷고, 내가 원하는 바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라도, 엄마라는 존재가 내게 미친 영향은 아마도 평생 나의 삶의 한편에 존재할 것이다.
『마마보이』는 제25회 사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인 『종이달』의 저자 가쿠다 미쓰요의 신작이다. 『마마보이』는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인데, 8편의 주인공들과 '엄마'와의 관계들도 저마다 다르다. 삶의 모든 것을 엄마와 공유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와 동화되어 가고 있는 30대 후반의 백수 여성,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엄마가 기르던 새를 데려오며 아이로 남아 있고 싶어하는 여인, 예순이 넘어 갑자기 이민 가겠다고 하는 엄마, 치매에 걸린 엄마, 재혼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엄마, 마지막에는 아버지와 사별 후에 첫사랑을 찾아가는 어머니까지. 엄마라는 사람이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줄 것만 같지만, 엄마는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곳이 엄마의 품이기에 우리는 엄마의 부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내가 결혼하지 않은 것은 엄마를 봐 왔기 때문이었다. 결혼이란 것이 얼마나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지 엄마에게 수없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걸어 엄마가 이상해졌다고 하소연할 친한 친구가 없는 것은, 사람은 다 악의로 가득 찼다고 엄마에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미대에 가지 않고 여대에 진학한 것은 엄마가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스물두 살 때부터 8년간 직장을 세 번 옮긴 것도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죽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제껏 생각해 왔던 일들이 엄마의 사고 회로와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창 없는 어두운 계단에서 깨달았다. 이제야 깨달았다. 나도 뭔가에 매달리듯이 모두 엄마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지금의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없을 게 분명하다. 만일 그런 탓을 전혀 할 수 없게 된다면 나에겐 도대체 어떤 세상이 보일까."
'나는 어린아이처럼 무엇이든 엄마에게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내가 무얼 하든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줄 단 한 사람은 '엄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까. 사회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독립을 하더라도 엄마 품속에서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캥거루처럼 엄마의 주머니 안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마마보이, 마마걸 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