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산책 - 이탈리아 문학가와 함께 걷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와시마 히데아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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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산책> 은 이탈리아 문학가가 로마에 머물던 경험과 풍부한 지식, 교양을 담아내어 독자로 하여금 생생한 로마의 거리로 안내해주는 것 같다. 로마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거리에 담긴 이야기를 건네주어 로마를 거닐던 시간이 떠올랐다. 저자는 로마를 경이와 매혹이 가득한 도시라고 소개하며 세부적인 아름다움에 이끌리기 전에 켜켜이 쌓인 시대 전체를 바라보라고 권한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가 설계한 '영원의 도시' 로마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그리고 일그러진 근대의 광경까지 눈앞에 펼쳐지는 '캄피돌리오 언덕'에 오르는 것이다. 붐비는 거리를 뒤로하고 오르막길을 오르면, 태고에는 신의 영역이었던 캄피돌리오 언덕에 서면 소용돌이치며 지나가는 고대와 근대의 바람이 뼛속 깊이 느껴질 것이라 전한다.

 

 

테베레강 주변에는 일곱 언덕이 있는데, 로마는 일곱 언덕 주변에 세워졌다. 첫 번째 언덕은 앞에서 본 캄피돌리오 언덕이고 그 이후로 팔라티노, 아벤티노, 첼리오, 에스킬리노, 비미날레, 퀴리날레 언덕이 있다. 단테가 신곡에서 얘기한 '테베레의 강물이 용솟음 치는 항'이라던 그 강이 바로 로마의 테베레 강이었다.

 

캄파냐 로마나의 풍경 속을 지나온 여행자가 밀비오 다리를 건널 때면, 전투에 패배하고 끝내 강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막센티우스 황제의 고사가 떠오를 것이다. 그 후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그리스도교를 공인했다. 밀비오 다리를 건넌 여행자들은 일직선으로 뻗은 플라미니아 가도를 통해 성문에 닿는다. 로댕, 푸생, 괴테, 스탕달, 안데르센 등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영원의 도시'로 입성했다.

 

영원의 도시 '로마'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일곱 대성당의 순례길을 걸어보라고 추천한다. 일곱 대성당 중 여섯 곳은 로마시의 가장자리에 성벽 안팎으로 아슬아슬하게 있지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예외라고 한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그리스도교 도시의 중심에서도 가장 높은 장소에 세워져 이른바 순례지의 중시미축과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특히, 성벽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의 성벽은 약 2,000년 걸쳐 로마의 역사를 수호하는 중대한 구실을 했다. 과연 요즘 시대에 성벽만큼 보수적인 건축물도 없을 것이다. 피로 얼룩진 전쟁의 무대였던 성벽이 마치 흘러간 세월의 증인이라도 되는 양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다. 하지만 성벽만이 아니다. 성벽 안쪽의 거리와 광장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다. 로마의 거리를 걷다 보면 저도 모르게 되살아나는 역사의 기억과 함께 포석 사이에 스며 있는 피의 흔적을 떠올린다.

 

어둠이 내린 자니콜록 언덕 위에서 '영원의 도시'를 덮은 짙은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기 시작할 때, 캄피돌리오 언덕의 실루엣을 눈으로 좇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천마와 쌍둥이 신을 상상하며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로마 산책>은 로마의 유래와 더불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설명의 깊이가 있어서 로마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정독하고 가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든든한 베테랑 가이드와 로마를 산책하는 기분이랄까. 일반 여행책보다 무겁지만, 누구나 다 아는 흔한 이야기로 채워지지 않아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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