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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TOP
100, 뉴욕 도서관 올해의 추천도서, NPR 올해의 책등 수많은 찬사를 받으며, 2019년 전 세계를 웃기고 울린 최고의 가족소설이다. 올해로
70번째 생일을 맞는 빅 엔젤은 대가족을 이끄는 중책을 지닌 가장으로, 가족들은 언제나 가장의 리더십과 당당한 그의 모습을 존경하고 사랑하여
그를'빅 엔젤'이라 부른다. 어느 날 그는 의사에게 암 진단을 받으며 한 달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소란스러운 죽음을 준비하며 대가족을 불러 모은다.
빅 엔젤은 자신의 마지막 생일에 성대한 파티를 열기 위해 미국 전역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초대하였는데, 파티를 일주일 남기고 100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다. 가족들이 2번이나 오가며 장례식과 생일파티에 참석하기 녹록지
않기에 어머니 장례식을 일주일 미루어 생일파티와 함께 치르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그러나 장례식 당일에 가족들은 해가 중천에 떠있지만 일어날
생각이 없는 대책 없는 가족들과 좌충우돌 사건사고가 이어지지만, 함께하는 마지막 주말이기에 모든 것이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빅 엔젤은 결코 늦는 법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는 가족들이
'멕시칸 타임'이라고 말하며 느릿하게 구는 꼴을 두고 수없이 싸워왔다. 가족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6시에 저녁을 먹자고 말을 해봤자, 저녁
식사는 9시까지 시작도 못할 게 뻔했다. 느지막이 모인 식구들은 오히려 자기네들이 일찍 온 것처럼 굴었다. 더 심하게는, 마치 이쪽이 문제라는
듯 "뭐가요?"라고 반문하곤 했다. 멕시코 사람이면서 왜 이러세요. 점심 먹자 하면 보통 다들 밤 10시쯤 모이는 거
아시면서."
"물결은 처음에 세차게 시작하지만, 해안으로 갈수록 점점 약해지지. 그러다
다시 안으로 돌아오고. 돌아오는 물결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분명히 존재해서 세상을 바꾸는 법이야. 그런데 너는 지금 본인이 뭔가
성취했는지 어떤지 의심이나 하고 있잖아."
"얘야."
"아빠, 왜요?"
"날 용서해주겠니?"
"뭘요?"
그는 허공에 손을 저었다.
"미안하다."
"그러니까 뭐가요, 아빠?"
"다 미안해."
그는 눈을 뜨고 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네가 아기였을 적에, 내가 널
씻겨주었는데."
미니는 눈이 따갑지 않은 베이비 샴푸를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네 아버지였어. 그런데 지금은 네 아기가
되었구나."
빅엔젤은 훌쩍였다. 물론 딱 한 번뿐이었다.
그녀는 눈을 빠르게 깜박이고는 손바닥에 샴푸를 짰다.
"괜찮아요. 모두 다
괜찮다고요."
그는 눈을 감고 딸의 손에 머리카락을
맡겼다.
한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식구들을 위해 평생 살아온 가장들은 가족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아무리 성공한 가장이라도, 나이가 들고 병에 들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자식들을 불편하게 하기
싫은 것은 당연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부모님을 바라보면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내게 어린아이처럼 기댄다는 건, 나를 믿고 있다는 것이자 내가 이렇게나마 자식 노릇을 할 수 있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 저자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가장 슬픈 순간마저도 즐거운 분위기로 그려냈다. 처음 접한 그의 소설이지만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은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소중하기에 더 아끼고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라
생각하며 솔직함을 핑계 삼아 서로에게 상처 주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 소중할수록 사랑할수록 옆에 있을 때 잘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 농담과 독설이 오가는 인간미 느껴지는 소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을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