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얀네 S. 드랑스홀트 지음, 손화수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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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의 주인공 잉그리 빈테르는 평화롭고 순조로운 순간은 늘 끝이 있는 법이라 생각하며 늘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세 딸의 엄마다. 남편과의 약속은 뒤로한 채 100만 크로네를 주고 덜컥 집을 장만하고 이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이어 그리 빈테르는 샤워는 욕조에서 하면 되니 굳이 샤워 캐비닛이 필요 없다며 제외했다. 심지어 업자가 다른 이가 들어와서 살 때 필요할 수 있으니 수리할 수 있게 배수 시설을 깔아 놓으라 했지만, 본인이 평생 살집이라고 생각해 설치하지 못하게 했었다. 그러나 남편이 도면에 있는 샤워 캐비닛이 왜 우리 집에는 없냐고 문제 삼으면서 부부 사이에 문제가 끊이지 않게 된다.

 

'비외르나르는 평소 퇴근을 할 때면 그렇듯 오늘도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마치 행복해 죽을 것처럼.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침내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이 시간은 아무도 파괴시키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문득, 그의 행복한 순간을 매번 파괴시키는 것은 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가 현관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는 내 동료들이 얼마나 머저리 같은지, 나의 하루가 얼마나 불행했는지, 또는 차에서 잠든 알바를 깨우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다툼을 하는 엡바와 제니를 말리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등등의 불만 가득한 소리를 매일 폭포수처럼 쏟아냈던 것이다.'

집을 빨리 팔아야 하는데 부동산은 하락세로 돌아서고 부부 사이마저 서먹해져 버렸다. 심근경색에 방광염 그리고 스트레스성 암까지 괴롭혀 오고, 회사에서 마저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음모의 주역이 되어 버린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과 자매결연을 체결하기 위해 사절단으로 가라는 지시까지 떨어지며 일이 꼬인다고 고민한다.

조그만 일에도 쓸데없이 두려워하는 게 문제라며 만약 러시아에 가면 그 두려움이 반대로 변할지 또 누가 알겠냐는 남편의 말에 긍정적인 생각이 자라나는 단순한 여성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닥뜨리면 초현실적인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삶의 통제력을 잃어버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워킹맘 '잉그리 빈테르'의 이야기는 기존의 어두운 분위기의 노르웨이 문학과는 다르게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이야기다. 저자의 섬세한 심리 묘사 덕분에 '모든 일이 다 잘되기를 바라는데 왜 이렇게 제대로 되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는 다소 엉뚱한 여주인공 잉그리 빈테르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매일 부딪히는 일상에 좌충우돌하는 빈테르를 만나다 보면, 어느새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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