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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원더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로봇이란 별명의 소유자이자 타협이 없는 원칙주의자 고복희를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고복희는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단발머리를 손질하고 호텔 청소를 하는 게 그녀의 일상 루틴이다.
그녀는 25년간 중학교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그런 그녀가 캄보디아로
오게 된 이유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우리 퇴직하면 남쪽 나라에서 살까요?"라고 했던 한마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운영하는 '원더랜드'는 고복희의 무뚝뚝한 원칙주의 때문에 손님이 별로
없다. 그러다가 몇 명 없는 직원의 아이디어로 캄보디아에서'1달 살기'라는 홍보를 한다. 이에 앙코르와트에 가고 싶던 26살 백수 박지우가
예약하고, 원더랜드에 입성하고, 원더랜드의 땅을 노리는 교민회 회장은 고복희를 괴롭힌다. 프놈펜이 캄보디아의 수도이지만, 앙코르와트는 씨엡림에
위치해 프놈펜에서는 이동시간이 버스로는 7간, 비행기로는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있다. 이를 모르고 앙코르와트에 대한 환상만으로 덜컥
예약한 박지우는 환불을 요청하고, 사장은 원칙을 고수한다. 고집불통으로 맞서는 두 사람이 한 달 동안 원더랜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책을
읽어봐야 한다.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들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평범한 사람들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성장에 대한 저자의 섬세한 묘사는 평소 작가가 인간의 내면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은 생각보다 단순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나 소설에는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다분하다. 순식간에 들어와 감정을 난도질하고
도망가 버린다. 명확한 답을 줄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저자는 고복희를 '누군가는 고복희를 괴팍한 여자라고 정의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단지
고복희는 '정확한' 루틴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소개한다. 남편에게만 잠깐 마음을 열었다가 굳게 닫혀진 마음을 너무 다른 세대관을 가진
진상 손님 박지우가 원더랜드에 오면서 순간순간 웃음을 자아낸다. "옳다고 생각되는 일만 하며 산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니까.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당신의 도덕성을 시험하려 들 거예요. 부당한 상황에 밀어놓고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겠죠. 좌절하는 당신을
조롱하고 헐뜯을지도 몰라요." 상관없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니니까. 자신에게 떳떳하면 그걸로 족하다. "무엇보다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마음이 열렸던 단 한 사람, 남편 장영수의 말처럼 외롭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조금은 둥글어져야 한다.
대한민국판 오베라는 남자라고 얘기를 들을 정도로 디스코텍에서도 목석처럼 서있던 까칠한 주인공이지만, 호텔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을 독특한 유머로 전개해나가며 마지막 장에 다다르면 인간적인 모습들을 함께 보여주며 내면의 따뜻함을 느끼며 마무리되는 감동적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