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
주원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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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발 귀, 입, 눈, 머리, 심장 일곱 장의 챕터로 전개해 나가는 소설 <반인간선언, 증오하는 인간>은 신체의 분절된 이야기들을 하나의 서사로 이어간다. 인간과 반 反 인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비애를 담아낸 소설로 경제, 종교, 정치권력의 부조리한 야합을 파헤치며 스스로 인간이기 위해 반인간을 선언하는 이야기다.

 

 

정확히 네 명이 죽었다. 서울 시내 곳곳,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살해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추락사를 가장한 사고,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사체 수습조차 어려운 피해자도 있었다. 사건의 단선적 나열만으로 볼 때 공통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에서 발견된 잘린 손, 그 손에 끼워진 CS 그룹의 반지, CS 화학 부장의 난자당한 시신 옆에 놓인 의문의 발, 현직 국회의원 앞으로 배달된 전 남편의 귀와 입, 호텔에서 발견된 훼손된 시신의 사라진 머리, 그러나 네 명의 피해자에겐 피하기 어려운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모두 CS 그룹의 관련자들이라는 것이다.

전 남편이 살해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사체 확인을 위해 국과수를 방문하였지만 서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온전히 보존된 한 구의 사체가 아니었다. 잘린 손, 그 하나였다. 손은 사람의 것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웠다. 흡사 밀랍으로 빚어진 느낌이었다. 부검대 위에 놓인 잘린 손을 보며 서희의 머릿속은 아득해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제대로 실감되지 않았다. 잘려 나간 사체의 일부가 주는 충격과 함께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후, 시아버지를 찾아가 남편이 남긴 편지를 받게 되는데 사건이 빠르게 전개된다.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원작 소설인 <반인간선언>은 고품격 스릴러 소설로 거대 기업과 종교 집단의 횡포와 부패를 보여주면서 정경유착, 종교 권력의 왜곡된 욕망에 대해 파헤친다. 작가 주원규는 사회에 만연한 정경유착을 폭로하는 동시에 살인사건을 흥미롭게 전개해 나가면서 리얼리즘 소설의 대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권력 이상의 추악한 욕망이 뒤덮여 있음을. 그리고 진실은 법과 원칙 그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확인하거나 폭로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법과 원칙의 프레임 너머에 있다는 사실까지도. 인간의 욕망을 끝이 없다고 했던가. 내가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욕망은 끝이 없어지고, 인간성을 상실해 간다. 우리의 숨 막히는 현실의 민낯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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