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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연인 ㅣ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3
전경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평점 :
사랑의 양면성을 섬세한 문장과 강렬한 묘사로 그려내기로 유명한 작가 신경린의
소설 <이중 연인>이 출간되었다.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에 흘렀던 사랑 이야기로 사랑의 징크스인 동시성의 법칙,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을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이 동시에 다가온다는 말귀들은 그의 소설에 매료되는 이유가 아닐까.
나는 청혼을 받은 적이 있었다. 상대는 스물다섯 살부터 삼 년 동안 교제했던
서교였다. 어찌어찌 마지막 문턱까지 갔다가 결혼이 무산되었을 때 삶의 난폭함을 알게 되었다. 삶이란 강철과 시멘트와 유리로 지어진 냉혹한
인공물이었다. 그에 비하면 사랑은 거품이고, 구름이고, 종이배이고, 새의 깃털이고,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렇게도 연약하고 소용없고 흘러가는
것들이었다.
서로에 대한 막연한 호감과 삶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끊을 수 없는 어떤
끌림에 만난 주인공과 이열, 나와 그는 비스듬히 어긋난 채로 서로에게 문을 열어 두기로 했고, 알 수 없는 일을 함께 지나가려 했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떠나왔다. 그리고 다시 이열과 황경오를 만난다. 이들은
모두 자유롭게 만나고 사랑을 나누지만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전처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황경오와 주인공은 평행선을 유지한다. 서로에게 존재하는
또 다른 러브 라인, 이들은 이중 연인으로 이어가는 남녀관계. 저자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끊을 수 없는 그리움과 관대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허한 사랑에 대해 아름답게 엮어냈다.
"사랑은 인간 사이 최고의 행위예술이다. 행위의 예술이므로 액션이 끝나면
몰입했던 깊이만큼 공백이 찾아온다. 사랑의 허무를 말하는 사람은 결실에 집착하나 경험의 진정한 본질은 변화다. 우리의 눈이 달라진다는 것, 그게
사랑 자체다."
내 인생에 유리조각처럼 박힌 이중 약속, 그런 일은 어떤 여자에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떤 여자에겐 예사로운 일인지 모른다. 내겐 단 한 번 일어난 사건이었다. 교활한 의도가 아니었다. 부주의했던 게
이유였다.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을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이 동시에 다가온다. 동시성의 법칙은 연애 월드에서 꽤 알려진 징크스다. 오랫동안 아무도
없다가, 저 먼 천체에 별자리들이 이동하듯 남자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식이다.
"힘들거나 불편하고 슬프고 불안한 건 사랑이 아니야.
사나워지는 것도 사랑이 아니야. 힘들어지면 언제든 그만두도록
해."
불행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행복한 사람이 행복에 끌리듯, 불행한 사람은 불행에 끌리기 때문이다. "너는 슬퍼하지 마. 너는
그리워하지도 말고, 너는 기억하지도 마. 절대로 울지도 마. 모두 내 거야. 나만 울 거야." 미묘한 남녀관계가 소설 후반까지 이어져 책장을
덮어야 예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극적으로 몰아가는 서사는 짧은 소설이지만 사랑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정평이 난 저자의 필력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