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서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안정병원 하오선생 지음, 김소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기나긴 인생길, 살다 보면 우리는 기억 속 가장 깊고도 아름다운 자리에 누군가를 두게 된다. 비록 끝이 났어도 불완전하지 않으며, 떠나갔어도 다시 만날 수 있는 존재. 꿈에서든, 다른 세상에서든, 아니면 서로의 마음에서든.

 

누군가에게 욕을 하고 싶은데 품위는 지키고 싶을 때, '너 미쳤구나' 대신 '하오 선생인 줄'이라고 얘기하라고 농담을 건네는 하오 선생은 진단보다 '이해를' 처방보다는 '공감'을 통해 치료에서 치유로 나아가게 돕는다. 마음의 병은 영혼의 감기와 같다며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질병이지만, 제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병이다. 심해지면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하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정신병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정신 질환을 안고 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무결점의 완벽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오 선생은 바로 아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말하는데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을 관찰해 보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다 보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자를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공감해주는 하오 선생의 치료 방식이야말로 한 영혼을 붙들고 온전하게 만드는 치료자의 모습인 것 같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병이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뇌의 화학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좋게 생각하라'든가 '기분 풀어라'등의 말은 삼가야 한다. 그들은 즐거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를 이미 잃은 상태다. 얼마 전 관람한 영화 '조커'에서 주인공은 한 번 웃으면 웃음을 참지 못하는 감정조절 장애를 겪는 동시에 조현병이라는 가족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아가는 아픈 이들이 사회에서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진정성 있게 케어해주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정신 병원을 찾은 한 환자가 매일 우산을 손에 들고 모퉁이에 가만히 쪼그려 앉아 있었는데, 간호사가 재차 물어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 한 의사가 똑같이 우산을 들고 환자 옆에 앉았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쪼그려 앉아 있은지 1달이 되던 달 드디어 환자가 말문을 열었다.

"저기... 당신도 버섯인가요?"

"네, 저도 버섯이에요."

그로부터 몇 달 후, 치료에 응하지 않던 '버섯'은 마침내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다고 한다.

 

이 의사가 바로 하오 선생이다. 모두 크고 작은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마음의 빛을 선사하는 하오 선생의 공감능력은 시시각각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현대인에게도 필요한 스킬이 아닐까. 이외에도 그의 수많은 상담과 치료 사례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람은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리고 그 기억을 위해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다. 마치 길고 긴 꿈을 꾸는 것처럼, 적어도 꿈에서만큼은 그리운 이가 내 곁을 떠나지 않는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