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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지만,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또한 인생이다. <우리만 아는 농담>은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라고 체념하듯 '오늘의 행복'을 꽉 붙들어 매길
강조하는 저자 김태연이 보라보라 섬에서 오늘이 언젠가 우리만 아는 농담이 될 날이 되기를 바라며 엮어 낸
에세이다.
보라보라 섬은 '태평양의 진주'라 불리는 꿈의 휴양지로 유명한 보라보라 섬은
저자가 외딴섬에서 유유 자족하는 '슬로&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며 찾은 장소이다. 저자는 이곳에서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돈 쓸 곳이 없어서
소비생활을 안 하는 건지, 그들이 소비생활을 안 하니 파는 곳이 안 생기는 건지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소비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더 풍요롭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이 아이러니함. 어쩌면 우리는 소비할수록 결핍되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이다.
"이제는 지구를 구하는 것처럼 반짝거리는 일이 아니어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거나, 그저 지루함을 버텨내는 일이거나,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일이어도 괜찮다. 상대에
따라 전부이거나 혹은 아무것도 아닌 일들. 운이 좋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낼 수도 있는 일들.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의 쓸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작은 일도, 무의미한 일도 그래서 모두 의미가 있다. "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일,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 가능한 태도로 표현하는 일. 아마 자주 짜증이 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반복해서 실패하겠지만,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내 서로를 제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매일 밤 약간의 고요함이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라는 저자의
말마따나 내일의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어제오늘과 똑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가 계속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지루함이 축복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그렇다고 별
수 있나. 무너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지루함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두드러지는 것보다
은은하게 나만의 색깔을 가지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중요함을 느낀다. 삶은 내가 기준이 되어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내가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은은한 빛이 나는 삶이 되도록 오늘 하루도 파이팅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