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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모든 애인들에게 -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203가지 사랑 이야기
올린카 비슈티차.드라젠 그루비시치 지음, 박다솜 옮김 / 놀 / 2019년 9월
평점 :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203가지 사랑 이야기 『내가 사랑했던 모든
애인들에게』는 《 BBC 》 《 CNN 》 《뉴욕타임스》가 주목한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전시 '이별의 박물관'에서 가장 애틋한 이야기를 엮어낸
책이다. 저자들은 4년간의 열애 후 이별하면서 사랑이 끝나고 남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기엔 영영 서로를 잊지 못할 것 같고, 버리기엔 소중했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폐기될 것 같아 '이별의 박물관'을 오픈했다고 한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자리한 '이별의 박물관'은 오픈하고 입소문을 타면서 세계 각지에서 지나간 사랑의 모든 순간이 담긴 추억을 물건들을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 책은
전 세계의 이별한 이들에게서 기증된 전시품 사진과 함께 에피소드를 함께 구성하여 마치 자그레브의 '이별의 박물관' 전시장을 둘러보는 간접 경험을
선사한다.
영영 마음에 묻어야 하는 이별, 헤어졌지만 다시 만날 기대감을 가진 물건,
사랑할 땐 그토록 달콤했던 이야기가 헤어지고는 몸서리치도록 아프게만 다가오는 추억들까지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들을 소환시키기도 하지만, 모든
남녀의 사랑이 비슷하듯 이별 또한 비슷함을 보여준다.
책 중 한 편의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별빛을 선물 받다'
우리는 둘 다 천문학자다. 스물여섯 번째 생일날 그는 내게 오리온자리에 속한
어떤 별의 스펙트럼을 선물로 주었다. '파이 3'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별은 지구로부터 26광년 거리에 있다.
그가 말했다.
"네가 태어났을 때 이 별을 떠난 빛은 무한한 성간 공간과 수없이 많은
먼지와 성운을 지나, 26광년이 흐른 지금 이곳에 도착했어. 너도 그래. 여기서 너는 네 별빛을 만나고, 나는 너를 만난
거야."
그리고 이별의 박물관에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을 추억하는 물건도 함께
있기에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첫사랑에게 선물한 목소리'
아버지는 오페라 가수를 꿈꿨다. 열다섯 살에 이미 발성 훈련을 하고 가창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1942년에 열여덟 살이었던 그는 슈베르트의 가곡 「아델라이데」를 레코드에 녹음해서 첫사랑이자 첫 연인이었던 여자에게
선물했다. 얼마 후 아버지는 전쟁에 나갔다가 중상을 입었다. 포탄 파편이 목을 관통해 성대가 손상되었다. 다행히 영국군에 포로로 잡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목소리는 되돌릴 길 없이 망가졌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 게다가 전쟁에서 돌아와보니 여자친구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났고, 사랑에 빠졌고, 결혼했다. 부모님은 세 자녀를
얻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행복하게 살았다. 아버지의 첫 연인이었던 여자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아들이 내게 그녀가 평생 간직해온 이
레코드를 전해 주었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자신이 한 번도 들을 수 없었던
아버지의 원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레코드판을 기증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이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어머니의 전
애인의 목소리가 담긴 레코드판을 주인에게 찾아준 아들들도, 평생 들어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목소리를 간직하고 듣고 싶은 마음 대신, 아름다운
이야기로 평생 남는 길을 택한 딸의 선택도 울림을 남긴다.
이처럼 책의 페이지 하나하나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위로받게 된다.
다음에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방문하게 되면, 한번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땐 무언가 이별을 추억할만한 물건을 하나 가져가서 나의
이야기도 박물관에 남겨보는 경험을 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