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웨폰 - 핵보다 파괴적인 사이버 무기와 미국의 새로운 전쟁
데이비드 생어 지음, 정혜윤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전쟁과 평화 상태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이제 전쟁은 선전포고도 없이 시작되며 완전히 낯선 방식으로 치러진다.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 당선되기 직전인 2008년 어느 날, 펜타곤의 비밀 네트워크에 러시아 해커들이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국방부에서 처음으로 네트워크 방어벽이 구멍 뚫렸는데 군과 백악관 고위급 관료 그리고 모든 정보기관을 연결하는 통신망에 러시아 해커가 접근한 것이다. 이는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에 위치한 주차장과 공공장소 곳곳에 USB 드라이브를 설치해두고, 누군가 노트북에 USB를 사용하는 순간 러시아 해커들이 네트워크에 들어오도록 작업해둔 것이다. 미국에서 이 사실을 발견했을 당시 미 중부 사령부를 비롯하여 다른 곳까지 버그가 다 퍼진 상태였고, 데이터는 마구잡이로 복사되어 러시아로 보내지고 있었다.

북한은 이상하고 부조리하고 전근대적인 나라이긴 하지만 고도로 발달된 측면이 있는 곳인데도 사람들은 그들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처럼 후진적이고 고립된 나라가 과연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다. 그렇다면 그처럼 후진적이고 고립된 나라가 핵무기 제조 능력은 대체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

북한의 사이버 부대는 이미 세계 수준급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격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해킹하고, 미국 정부와 대기업 깊숙이 침투해 고급 정보를 빼오거나, 대한민국 금융기관의 온라인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며 위력을 뽐내기도 한다. 김정은을 희화화한 영화의 제작자를 응징하고, 그 배급을 막기 위해 소니 영화사에 대한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이 벌어지자 그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는 것은 당연했다.

김정은은 자기만의 왕국에서 빈털터리로 살고 있었지만, 2014년 새롭게 국력을 키울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사이버 무기가 엄청나게 저렴하고 평등한 도구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심지어 이 무기는 자신의 나라밖에서 쓸 수도 있었다. 핵무기와는 달리 북한의 가장 큰 적인 미국을 상대로 사용하면서도 50분 뒤에 자기네 영토가 방사성 잿더미가 될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김정은은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행동에 대해서 추가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는 미국의 위협이 사실상 빈말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챘다. 요컨대 사이버 무기는 북한의 상황에 최적화된 무기인 것이다. 애초에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는 나라이므로 잃을 것이 별로 없었고, 연료가 극도로 부족한 탓에 강국들과 싸워나갈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으며, 기반 시설도 미미하기 짝이 없어서 치명적인 보복 공격을 염려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개인들과 기업 그리고 정부기관들이 서로 긴밀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이버 공격은 핵 공격에 버금가는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사회 인프라를 먹통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격적인 것이다. 또한 공정한 사회질서를 교란시킴으로써 서서히 사회 내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시민들을 끊임없는 공포와 증오를 야기하며 사회적 동요를 발생시켜 사회의 안정을 붕괴시키는 것이 가장 큰 위험요소다. 어쩌면 4차 산업시대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세상이 열리는 것처럼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사이버 공격이 계획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퍼펙트 웨폰은 우리에게 4차 산업 발전으로 인한 네트워크 기술과 더불어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방화벽 기술의 발전이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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