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하고 싶어서 떠났던 북유럽, 깨끗한 공기와 도시들은 선진국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세금과 물가로 악명 높지만, 돈을 낸 만큼 복지를 누려서일까? 그 높은 세금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불만 없이
평화로운 것은 물론 행복지수마저 세계 상위권이다. 스톡홀름과 코펜하겐이 왕실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면 노르웨이는 장엄한 피오르드에서 광활한
대자연이 뿜어내는 아우라에 겸허해진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구시가지'라는 감라스탄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스톡홀름의 중심에 있는 작은 섬인 감라스탄에는 13세기부터 시가지가 만들어졌다. 감라스탄에는 스웨덴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는 잊어버리고 과거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17세기 스웨덴의 막강했던 국력을 보여주는 거대한 전함이
유르고르덴에 보존되어 있다. 바로 구스타브 2세 아돌프의 야심작 바사호다. 컴컴한 바사 박물관의 커다란 문을 열면 당장이라도 밀고 나올 듯한
기세의 바사호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전함을 실제로 보는 것, 그것도 배의 밑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는 것은 처음이라 놀라울 뿐이었다.
" 스웨덴을 여행하며 바사호를 마주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배를 보며 아름답다 못해 화려하다고 느껴보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배를 둘러싼
조각들이 너무 섬세해서 눈을 떼기 어려웠는데 너무 과했던 탓일까. 17세기 스웨덴의 거대한 전함은 출항하자마자 얼마 가지 못해 침몰해 버렸다는
안타까운 과거가 있다. 출항하고 얼마 안 되어 침몰한 덕분에 사상자는 거의 없었지만, 침몰의 원인은 적재량을 초과한 무게 때문이었다고 밝혀졌다.
웃지 못할 해프닝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당시 스웨덴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유물을 후대가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책 곳곳에 들어있는 삽화들 덕분에 비겔란 조각 공원에서의 여유로웠던 기억이
소환되었다. 거대한 화강암 조각 상인 모놀리텐은 비겔란 공원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데 무려 높이가 17.3m, 무게가 260톤에 이르며
121명의 남녀를 서로 뒤엉켜 제작하였는데 제일 윗단은 아이들을 조각해서 넣었다. 그 표정 하나하나가 생동감이 있는 것은 물론 하늘에 닿을 듯한
조각은 인간의 욕망을 나타낸다고 한다.
피오르드의 나라 노르웨이는 인류가 처음 등장하는 신생대 제4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류의 탄생을 함께한 고대의 지구를 직접 체험하는 여행이라고 한다.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 북유럽은 유구한 역사와 천혜의 자연을
품은 곳이다. 세련된 디자인은 북유럽을 상징하는 고유 대명사가 되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세금을 함부로 쓸 수 없다고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국가, 리더들이 솔선수범하는 국가를 따르지 않을 국민이 있을까. 내가 여행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북유럽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내 추억을 소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여행은 언제나 옳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