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가장 사랑하는 러시아의 젊은 작가 '알리사 가니에바'가
『상처받은 영혼들』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2018년에 러시아에 발간된 신간으로 올여름 무더위를 날릴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알리사 가니에바는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욕망에 주목하며, 선의와 양심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 힘든 서사를 매혹적으로 풀어냈다.
러시아 작은 도시에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비가 내리는
어느 밤, 니콜라이는 다급하게 중앙광장으로 가 달라는 낯선 남자를 차에 태우는데, 남자는 갑작스레 숨을 멎고, 니콜라이는 의문의 남자를 빗길에
버려두고 도주한다. 그러나 주검으로 발견된 의문의 남자는 주 장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비리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등장인물들을 정리해 나가며 읽는 게 소설의 매력인데,
러시아문학이라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익숙지 않은 점은 있었다. 주요인물을 정리해보면 니콜라이의 직장 상사인 세묘노바는 장관 럄진과 내연관계를
유지했던 것은 물론 남성들과 화려한 생활을 사는 여성 사업가다. 고인이 된 장관의 비서 레노치카 역시 럄진을 사모했는데 그녀는 세묘노바가
범인이라 의심하는데,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는 빅토르에게 끌리게 된다. 또한 남편을 잃은 학교 교장 엘라 세라게예브나는 유명을 달리한 남편에 대한
슬픔보다는 세묘노바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세묘노바와 공연장에서 몸싸움을 일으키고, 유튜브에 이들의 영상이 퍼져 나간다. 갑자기 일어난 사건으로
이들의 삶은 파국으로 치닫는데 니콜라이의 차에 '살인자'라는 쪽지가 끼워져 있고, 엘라의 집에는 누군가가 찾아온다는 쪽지가 괴롭힌다. 엘라는
자신이 저지른 비리들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수사관들이 찾아온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감시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등장인물들을 압박하며 수사망을 좁혀
나간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서로를 감시하는 눈들로 잠들지 못하는 도시. 누가 그들을 죽였을지, 뻔뻔한 욕망의 민낯을 숨기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다. 그리고 세묘노바가 받은 상처는 엘라에게 옮겨가고, 엘라는 타냐에게 상처를 주며 상처가 맞물리는 것을 보며 '상처받은 영혼들'이 이들
모두를 나타내고, 어쩌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얘기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 알리사 기니에바는 젊은 작가의 감각답게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카푸스틴의 아내가 새로 산 시계에는 다이아몬드도 박혀 있어요.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보았어요." 현대인은 SNS에 내가 자주 가는 곳, 내가 관심 있는 것, 좋아하는 것들을 올리면서 나를 드러낸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저자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 소셜 네트워크는 상황에 따라 나를 변호하기도 하는 반면, 밀고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