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 아카넷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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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엄청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망령은 우리 주의를 맴돌고 있다. 저자 애덤 투즈는 <붕괴(Crashed)>를 한국처럼 고도로 국제화된 국가들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지정학적 측면에서 세계화의 물결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로 읽으라 권한다.

 

1990년대 금융위기를 경험한 한국의 경우 2008년 국가 재무 상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한국의 외화보유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무역수지는 흑자 진행 중이었다. 또한 유럽과는 달리 한국의 은행들은 미국 발 서브 프라임 사태와 크게 엮여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1990년대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국제화되어 있었고 여기에 수출 주도형 국가로서의 재정적 필요와 특히 수익을 회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자본재의 거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즉 한국의 은행 시스템은 달러화를 조달하기 위한 국제 화폐 시장과 원화와 달러화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외환시장에 크게 의존하게 되었던 것이다.

유럽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장기간의 불황이 이어졌으며 특히 남유럽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한국은 2009년 이후부터 한국이 보여준 경제성장은 괄목한 만한 수준이며 한국의 연구 개발 분야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화는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성장했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붕괴]를 위기가 낳은 정치 경제적인 변화에 주목하며 집필했는데, 정치적 변화란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을 말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집권에 성공했는데 트럼프 승리의 원인이 2008년 위기에서 나온다 밝혔다. 또 트럼프의 집권을 가능하게 한 원인은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 좌우 포퓰리즘을 야기했다. 미국과 유럽의 리더들은 금융 시스템을 구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썼지만, 대중의 생활 수준 등이 하락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정치 리더들은 '시장 친화적 정책'이라며 긴축을 고수했고, 대중은 자신의 삶이 나빠지는 것을 막지 못하는 정치 리더들을 불신하며 포퓰리스트들이 득세하게 된 것이다.

금융위기와 이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지정학적 대응은 오늘날 변화하고 있는 세계의 진면목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금융권에서 발생한 위기를 더 넓은 범위의 정치적, 지정학적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 내부 사정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붕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세계경제의 현 상황은 무엇이며 어떻게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해하도록 돕고 있어 시간을 투자해 봄 짓 하다. 저자가 국내 질서는 물론 국제 질서가 어느 날 갑자기 흔들릴 수 있는 작금의 세계 상황에서 스스로 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처럼, 금융위기는 단순히 금융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정학적 이슈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 우리는 금융에 대해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보완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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