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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
슛뚜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집으로 27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슛뚜의 소소한 일상 기록 <스물셋부터 혼자 삽니다>. 슛뚜는 집을 돌보니 내가 돌봐졌다고 한다. 집을 가장 좋아하는 그녀는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카페처럼 연출하고, 김치찌개를 먹어도 레스토랑에서 먹듯 완벽한 한 끼를 연출한다.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으로 꾸민 집에서 생활하는 매일의 순간을 유튜브에 공유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주말에 밀린 집 정리를 하면서 쓸고 닦다 보면 생각할 겨를 없이 몸을 움직여 스트레스도 풀리고, 깨끗해진 집을 보며 마음도 뿌듯해진다며 집을 돌보는 시간은 자신을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혼자 살기 전에, 집에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는 나의 물건들이 놓여있는 내가 먹고 자는 공간에서 벗어나려 했어요. 그런데 집에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정돈하다 보면 어느새 집이 아닌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어요.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고, 내가 가장 나답게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집을 통해 잘 살고 있음을 깨닫죠."
작은 것에 만족하는 하루가 쌓여 만족스러운 지금의 나를 완성한다. 집이라는 공간을 이루고 있는 모든 사물에서 나를 만나고 내 안의 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아 가면서 온전한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저 허기를 달래기 위해 끼니 때우기 식으로 대충 밥을 먹는 것과, 간단하더라도 정성을 들여 예쁘게 차려놓고 먹는 건 심리적으로 하늘과 땅 차이다.
"종종 곱씹어 보면 절실히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늘 이렇게 평범한 찰나에 불과했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을 떨며 차분히 가라앉은 새벽 공기를 쐬고 실내를 포근한 빨래 향기로 가득 채웠다가, 곧 갓 지은 밥 냄새로 공기를 치환하는. 투박한 반찬통에서 작고 예쁜 그릇으로 반찬을 덜어 먹는다던가 예쁜 컵을 골라 커피를 내리며 느끼는 작고 짧은 행복들.
저자 슛뚜는 예쁜 테이블 매트 위에 또 예쁜 그릇을 올려 케이크를 담고, 아담한 모카포트로 커피도 내렸다. 식탁 대신 침대로 그릇을 들고 와 아침 햇살을 받은 커튼이 매력적인 창가에 올린다.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이 일련의 과정이 정말 즐겁다고 말한다. 뭔가 예쁜 걸 만들고 그 예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 그러고 나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해야 하고, 이불도 개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한다. 예쁜 아침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실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집은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굳이 오래오래 그 사람을 보지 않아도, 하나부터 열까지 시시콜콜 이야기하지 않아도 공간이 알려준다. 그 공간을 누리는 사람이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옷은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예전에는 이미 자신의 영역이 확고한 다른 사람을 보며 나만의 색을 가지고 싶어 전전긍긍해다. 그것은 억지로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타인 대신 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레 묻어나는 것이었다. 그동안 나는 혼자 산다고 말했지만, 결국은 스스로 들여다보며 내 안의 나와 함께 살아온 게 아닐까.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정돈하다 보면 어느새 집이 아닌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고, 내가 가장 나답게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나의 집,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나만의 공간이 쉼터가 되고 행복의 근원이 됨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오늘은 테이블에 늘어 뜨려 놓은 물건들을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