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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와 주판 - 일본 자본주의 기틀을 만든 시부사와 에이치
시부사와 에이이치 지음, 최예은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논어와 주판>은 일본에서 출간과 동시에 화제였으며 한 세기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경영철학이 두루 읽히고 있다. 100여 년 전의 일본 고어로 작성되어 가독성을 높이고자 여러 가지 버전으로
출간되었었다. 이번에 매일경제에서 새로 출간한 본 도서는 무엇보다 쉽게 읽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어를 현대어로 번역하면서도 원문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한 공을 들였다.
세상이 각박하고 힘들어서 일까? 한국 사회의 배경이 유교문화라서 일까? 부를
추구하거나 쌓는 행위를 비도덕적으로 여기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공자는 과연 부를 취하는 행위를 부도덕하게 여겼을지 궁금해진다. 저자는
공자가 '경제적 도리'를 주장했다며 정당한 부를 취하기를 권했다고 전한다. 부당한 방법으로 얻거나 도리에서 어긋난 부는 '나에게 뜬구름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유교 학자들은 이를 부귀든 공명이든 선악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나쁜 것으로 해석해버린 것이다.
저자는 <논어>에 주판이라는 어울리지도 않고 전혀 다른 이 두
가지를 합쳐 늘 이렇게 설명한다. "주판은 <논어>로 완성된 것이며 <논어>또한 주판의 움직임으로 완성되는 경제와
이어진다. 그러므로 <논어>와 주판은 전혀 관련 없어 보이지만 실은 아주 가까운 사이다. 저자는 <논어>가 가장 결점이
적은 책이라며 마음을 수양하는 방법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한 일상적인 가르침이 들어있기에 사업가로서의 교양을 쌓기 적절한 책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논어>의 가르침에 따라 사업을 하고 정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많든 적든 적당히 모난 구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이 가치 없고 무의미해진다. 원만한 인품을 갖추어야 하지만, 그것도 너무 지나치면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라는 공자의 가르침처럼 전혀 품위가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매년 사회는 발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는 진보하는데
세상일은 오래 지날수록 폐해가 생겨 장점이 단점이 되고 이익은 손해가 된다. 특히 예전의 낡은 습관이 오래되면 사회의 생기가 사라진다. 따라서
옛날 사람들도 중국의 탕왕이 대야에 새겨 넣은 좌우명인 '진실로 하루라도 새롭고자 하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라는 말을
자주 썼다. 단순한 말이지만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무슨 일이든 형식에 얽매이면 정신이 빈약해지기
때문에 날마다 새로워지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경제 발전은 계속되어야 하는데 부를 악으로 치부하는 환경에서, 기업가 정신이
알아서 자라나고 퍼지길 바라면 오산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가 공자의 정신 그리고 <논어와 주판>을 읽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