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서커스 -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
나카가와 요시타카 지음, 임해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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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서커스'는 로마가 시민들에게 제공한 식량인 빵과 오락 및 휴식 거리를 뜻하는 서커스를 가리키는데 '포퓰리즘'의 대명사로 쓰인다. <빵과 서커스>는 로마의 흥망성쇠를 로마제국이 남긴 건축, 교량, 도로, 수로 등의 유형 유산을 통해 고찰한다.

 

물건이 그 사람을 말해주듯이 유산이 그 문명을 증명한다. 현재 세계 유산으로 보호되면서 연구되고 있는 로마의 수많은 건축물과 방대한 유물을 통해 로마를 로마이게 한 요소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라지자 세계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파헤친다. 저자 나카가와 요시타카는 토목 기술사로 자신의 전공을 살려 고대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기존 역사학계의 시각이 아닌 건축, 토목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왔으며. 이를 '고대 로마 번역사' 3부작으로 출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467년에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하는 커다란 질문을 던지면서, 찬란한 문화와 과학기술로 1,000년을 군림한 대제국이 멸망함과 동시에 '암흑의 중세'가 시작된 역사의 아이러니도 추적한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들이 120컷이 넘는 컬러 사진과 어우러져 독자의 흥미를 이끌고 이해를 돕고 있다. 아울러 <빵과 서커스>는 일본에서 출간된 원서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국에서의 출판을 목적으로 저자와 직접 계약해 오리지널 판권을 획득한 도서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는 문명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는 고대 로마보다 뛰어났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은 대도시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인 수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해양 민족인 그리스인들이 만든 식민 도시는 바다를 끼고 연안부에만 건설되었다. 도로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내륙에는 건설되지 못했다. 대규모 수어 도망과 도로망을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구조물이 필요했고 콘크리트 사용이 중요했다. 콘크리트의 발견과 발명은 그리스가 아니라 로마 시대의 일이었는데 그리스가 제국으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정 로마 시대의 전기 작가 가이우스 수에토니우스가 쓴 <황제점>에서 아우구스투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곡물의 무상 배급이라는 공적 제도를 영구 폐지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것에 의존해 농민들이 경작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언젠가 다시 시민의 호의를 얻기 위해 부활할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로마 군단이 제대로 된 군대도 갖추지 못한 이민족을 상대로 질 리가 없었다. 그래서 훗날 나폴레옹도 "훈련되지 않은 이민족을 상대로 훈련된 정규군을 이용하면 카이사르와 같은 대승을 거둘 수 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위험하고 가혹하고 빈궁한 생활에서 벗어나 문명의 과실을 맛보고 싶을 뿐이었다." 게르만족은 로마와 싸우자고 국경을 넘은 것이 아니었다.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로마군이 승리했다. 서로마 제국은 게르만족과의 전쟁에서 패한 것이 아니라 게르만화된 것이다. -영원할 것만 같던 제국.

 

남겨진 것들이 말해주는 사라진 로마에 대해 역사적 고증에만 머물렀다면, 이 책은 건축물을 토대로 전개해서 이전에 여행하며 둘러보았던 곳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길이 로마로 향한다던 로마가 향락의 도시로 전락하면서 쇠락의 길에 접어든 모습이 인간의 삶과도 닮았음을, 지킬 것이 많을수록 겸손하고 더 노력해야 함을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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