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였던 날들을 기억해요 - 우리였던 기억으로 써 내려간 남겨진 사랑의 조각들
박형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카오 브런치 100만 뷰의 화제작을 엮은 에세이 <우리가 우리였던 날들을 기억해요>. 우리였던 기억으로 써 내려간 남겨진 사랑의 조각들을 열다섯 편의 영화와 함께 엮어냈다.

 

맨 처음 고백. 이 마법은 내 전부를 뒤흔들어 놓았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연애는 "사랑해."라고 고백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모양이다. 고백 이후에야 나는 내 사랑이 진실한 걸 확인할 수 있었으니.

더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 거다. 내 인생의 전부였던 그 사람이 떠난 자리를 차지하는 무중력의 외로움을, 어두컴컴한 방을 기어 다니다가 데굴데굴 굴러다닐 수밖에 없는 외로움을.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외로움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 외로움은 어디서 왔는지. 왜 생긴 건지.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지난 사랑이 가엽지만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다.'라고 스스로 위로하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나와 누군가는 그저 개별적 개체에 불과하다. 연인이 된다는 것은 남들과 다를 게 없었던 사람이 유별나게도 다른 의미를 지닌 존재로 거듭나는 일이다. 이 승격을 야기하는 촉매제가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사람의 남달라짐도 심화된다. 그렇게 유일해진 사람이나 자신만큼의 커다란 의미가 된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은 축복이다. 또 다른 이가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은 기적에 가깝도록 놀라운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유일한 존재가 되는 일은 생이 얼마나 찬란할 수 있는지를 깨닫는 몇 안 되는 경험 중 하나다. 너무도 가슴 떨리며 벅찬 일이다.

 

봄날의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따스한 기운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여름 태양 아래에서 서로를 뜨겁게 사랑한다. 가을이 오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도 있고 겨울이면 헤어지기도 한다. 계절이 변하든 사랑의 감정도 변한다. 함께 행복한 만큼이 사랑이다. 그것이 끝이 난다고 사랑 아닌 게 아니다. 함께 있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와 감정이 사랑이다.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을 때의 그 감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마무리하는 것도 또 하나의 사랑법.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한 순간들은 서로에게 남아있다. 계절이 다시 돌아오듯이 사랑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 섬세함과 영화 속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를 절묘하게 엮어서 한 번쯤 뜨겁게 사랑했던 옛사랑을 떠올려보게 만드는 섬세함은 저자가 26세 남성의 감성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상처는 상처다. 상처는 아프고, 괴롭고, 고통스럽기에 상처다. 거기에 세상에는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상처 또한 존재한다. 이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결코 아물 수 없다. 하지만 사랑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이별 뒤에는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